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음 Nov 11. 2021

나만의 늪에 빠져드는 밤

살아야지. 그럼에도 살아가야지.





잘 지내다가도 문득 깊이 빠져드는 밤이 있다.

더 재밌는 건 내가 지금 어디에서 어디로 빠져드는지 모른다는 것. 그냥 빠지는 거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런 밤엔 내가 지워지고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의 자리를 차지한다.


열심히 살고 있네… 잘 살고 있네…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네…

다 각자 자신의 일을 하고 있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

‘난 지금 뭘 하고 있지’다.


알고 보면,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런 밤은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밤이다.

나를 자책하는 밤이기도 하고.


이런 밤은 내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할 때 찾아오는 것 같다. 오늘 이 정도는 했으면 했는데 그걸 미처 다 하지 못했을 때, 그래서 내가 너무 작아질 때, 그럴 때 남들은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내가 이런 밤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친구의 성취에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게 만들고, 분명 난 더 노력했고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격려해주지도 못한다. 그리고 괜시리 조급한 마음에 뭔갈 하다 보면 그 일에 순수한 ‘진심’을 쏟아붓지도 못한다.


난 항상 진심이고 싶은데, 투명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내 주변의 것들을 보살피고 바라봐주고 싶은데 이런 밤엔 그러질 못하겠다.


괜히 후회하게 되는 밤.

괜히 비교하게 되는 밤.

괜히 자책하게 되는 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런 내 모습을 털어놓지도 못하겠는 밤이다.


넌 잘하고 있다고, 너 정도면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을 게 뻔하기 때문에.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얘기해 왔으니까.


하지만 냉철하게 말하자면, 이런 얘기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늪을 빠져나오는 건 오로지 내 몫이기에. 내가 떨쳐내야 하는 것들이기에.





그냥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자.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낫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듯,

구름이 흘러가듯 오늘을 보내주자.


지금 여기서 생각을 멈추자.






고생했다.

정말 수고 많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사가 부린 마법에 흠뻑 취했던 그 때 나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