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직장도 있는데? 정서적 독립 이미 했어!

가짜 독립의 위험성

아는 지인 중에 나이가 30이 넘었는데 부모님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요즘에 이건 흔한 일이다. 고리타분하게 옛날대로 살아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분의 경우에는, 심지어 백수도 아니었다. 자기가 돈을 벌고 있었다.

학교다닐 때 공부도 잘했고, 대학교도 잘 갔다고 흔히 말하고, 누군가는 부러워할만한 공무원 시험도 붙었다.

그런데, 그냥 직장이 집에서 가까우니까 부모님이랑 같이 산다. 자취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대한민국 엄마들이 너무 좋아할만한 착한 딸이다. 

공부도 엄마말 듣고 잘 했고, 취직도 쉽지 않았지만 본인 전공을 버려서라도 도전을 거듭해 취업에 성공했다.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연애가 맘대로 되질 않는다. 다 좋은데 연애만 문제다. 엄마들은 새로 속이 탄다. 솔직히 요즘 30이면 나이든건 아니니까, 라는 안일함으로 버텨보지만 일년일년이 예년 같지가 않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엄마에게 완벽한 딸이 되기 위해서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딸 본인은 이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엄마의 인생을 대신 산다고 본인이 생각하며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의 모든 삶의 가치관들은 엄마의 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을 것이다. 연애만 문제고 나머지는 괜찮았던 것이 아니라, 애초에 연애에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게끔 길러진 것이다. 이 일은 30년전에 예견된 것이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어떤걸 가져야 좋은 걸 가졌다 할 수 있는가?

몇 살에 결혼해야 잘 결혼했다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칭찬 받을 수 있는가?

어떤 동네에서 살아야 하고, 어떤 아파트에서 살아야하는가?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인가?

-> 엄마가 외치는대로 입력될 뿐이다.

딸은 엄마의 완벽한 트로피가 되어주었다. 이걸 강요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딸들이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남의 일이라 조심스럽지만, 엄마만 탓하기 힘든 케이스도 꽤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강제합병시킨 우리나라는 언젠가 독립을 할 수 있는 정신이 있지만, 자발적 노예는 독립이라는걸 할 수 없다. 오히려, 독립을 도우려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결국 나중에는, 엄마가 늙어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위탁할 새로운 남자를 찾아, 남자 인생에 따라 사는 수 밖에 없게 된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남녀간의 사랑, 연애와 결혼은 가장 나다운 과정이다. 엄마가 아무리 주입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인생의 방향, 기준을 정하는 연습을 해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건강한 연애를 하고, 헌신을 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며 나아간다는 말인가?

젊은 애들이 연애를 안한다고?

그저, 착한 딸, 착한 아들로 키웠기 때문이다. 

이래놓고 결혼했다고 독립이라고 포장하지 말자.

가짜독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