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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 Mar 25. 2022

너의 손톱끝에서부터 목줄기를 타고 오르는 모든 가느다란

줄들이 다, 그것이야

"언젠가 올 차례라면 나는 빠른 번호표를 받겠어요. 언젠가 올 고통이라면 나는 ..."




1.


기묘하다는 말 참 매력적이야, 그렇지. 꼭 우리의 만남 이래 벌여진, 모든 새겨진 진실과 그 시간에 걸맞는 심상이잖아, 기묘하다는 거. 타들어가는 불씨보다도 더 강하게 그것이 그곳에 있기를 바랐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닿을 수 없는 곳에서 강렬한 꾐을 보내는 저 무지개처럼 - 영영 성립 불가능한 바로 그것이었늘지도. 그러다가는 기묘하게도 한시에 나타나버린 거잖아: 너에게 내가, 나에게 네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은 기대하지 않았지, 그러나 기대하고 있었지. 상처 받고 싶지 않았고, 그러나 상처 받고 있었지. , 언젠가 올 차례라면 나는 빠른 번호표를 받겠어요. , 언젠가 올 고통이라면 나는 ...


그 끝을 가리키는 이별보다 말이야, 당신의 실물로의 현현이 오히려 실은, 더 두렵고 끔찍해. - 이렇게 말해야만 내가, 꼭 괜찮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그곳에 있기를 바랐지만, 역설적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 어, 그래, 이별이 두려운 거잖아, 하고 말하면, 너는 똑부러지는 내 문장들을 더듬거리며, 어쩌는 수도 없이 눈물을 떨구네.



2.


너의 규칙들은 기어이 나를, 울린다. 어떻게 하면 너를 이해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도무지 모르겠어서 눈물이 나. 너의 손톱끝에서부터 목줄기를 타고 오르는 모든 가느다란 줄들이 다, 그것이야. 한 글자 한 글자 새겨진 규칙의 뭉텅이들이 너의 온몸에 벌여있다. 나는 너를 두 눈을 바라보고, 너의 그 아래의 신체를 응시한다. 그곳에는 무언가가 쓰여있을 테니. 읽고 싶어. 이해하고 싶어. 너무나도 알아듣고 싶어. 하지만 나라는 것은 그것을, 그곳에서는, 단 조금조차도 알 수가 없네. 무지한 행복이 흘리는 눈물.


너는 나를 바다라 불러주었지만, 다정한 사람아, 사실 바다는 너인 것 같아.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 땅, 지구를 생각하면은 온 범람하는 물줄기들이란, 그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심해란, 그것들이란 모조리 너를 가리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살아가는 곳이 너라는 건, 이 지구가 그냥 너인 것 같아.



3.


언젠가 나는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이 우리 둘뿐인 거야. 내 말은 너만 알아들을 수가 있고, 네 말은 나만이 알아듣지. 그래서 지금은 어때? 넌 나를 이해해? 나의 표정이 무어라 말하는지, 알겠느냐는 ...


나는 너의 종아리쯤에 발딛고 서있다. 저 멀리 네 발가락이 열 개 보인다. 왠지 안심이 된다. 저기까지 절대 갈 수 없어도 괜찮아. 무지개는 원래 닿을 수가 없어서 더 좋은 것이로니까.


언젠가 나는 내가 갈망했던 그 사람과 나누는 모든 짧은 대화에 경외감을 표하며, 그 대화를 진정으로 두려워했었다. 지금의 나는: 너와 나누는 모든 기나긴 대화에 질식하고 있어. 물을 조금 주었으면 하는데 너는 어때. 이땅엔 과연 네가 마실 물조차 있기야 한지. 나는 숨이 차서 헥헥댄다, 목이 마르다, 나지막이 읊조리면서 ...



4.


한없이 가라앉아서 이 불투명한 물줄기 속에서 말이야, 그 어디에도 절대로 부딪히지 않고서도 유유자적하게 부유할 수가 있다는 게, 물 속에서 우니까 눈물을 손으로 집을 수도 없다는 게, 참 신기하지, 끝없는 감상에 젖어들어도, 내가 입고 있는 천조각은 물기를 조금도 머금지조차 않는다는 게.



5.


참 기묘하지. 너는 나에게.

내가 네게 무엇이 될는지: 아마 난 평생을, 알지도, 꿈도 꾸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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