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트 Mar 25. 2022

바스라져봐, 함께 바스라져갈 테니

1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뭔가에, 그러니까, 악에 받친 것처럼, 악물고 싶고 그러쥐고 싶어질 때가, 너를. 이건 소유욕일까. 너로부터 이해받고 싶고 너에게 가닿고 싶은 욕망일까. 이런 욕망들이 나를 부글부글 끓게 만들고, 자꾸만 뭔가를 써야 하고, 봐야 하고, 읽어야 하고, 그려야 하고, 찍어야 하고, 이어붙여야 하게 만든다.



2


그냥 가끔 이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지에 대해 골몰한다. 굉장히 건조해서, 바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감정을 두지 않은 거리에서, 생각을 이어간다. 이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너 하나 바스러지면 통째로 바스러질 이 삶이 얼마나.


나는 지탱하는 줄기를 여러개 둠으로써 하나가 바스러져도 내가 온전할 방법을 모색하려고 탐구했지만, 실상은 하나가 바스러지면 더는 온전할 수 없다. 그냥, 처음부터 하나도 갖지 않은 채 없음으로서 존재하는 길뿐인 것이지. 그게 아니라면 뭐라도 지닌 채 존재하게 된 이상은 바스러지는 일부를 바라보는, 그 소멸의 고통을 켜켜이 간직해야만 해, 피부로, 그래, 살갗으로.


바스러져봐. 그래, 바스라져봐. 함께 바스라져갈 테니... 우리가 바스라지는 소리는 꼭 슬픈 노래를 뽑는 새가 부르는 어느 곡조 같을 것이다, 왜냐면 네가 바스라지고, 그래서 내가 바스러지니까, 그래.

이전 15화 너의 손톱끝에서부터 목줄기를 타고 오르는 모든 가느다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