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가꾸는 일
아마 사람들은 마음의 빈 방 하나조차
남아있지 않나 봐요
여기 나는 없는 기분이고
없는 사람이에요
onthedal - HYE
1
나의 존재를 네 인생의 동반자로 받아주고, 기꺼이 자신의 뜰에 초대해준 사람. A에게. 나를 수용해준 너의 다정한 포용력 없이는, 내가 또 다른 무엇이 되었을런지 알 길이 없지. 다만, 그것은 꽤 처참하고 황폐한 모습이었을 거야. 사막 같은 나에게도 여러송이의 꽃이 피어날 수 있게 도와준 그 구체적인 다정함이 고마워. 너도 나로부터 그와 꼭, 같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지.
2
A. 너를 초대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더니 이곳을 푸른 녹음처럼 짙은, 진녹색으로 가꿔가고 싶기도 해. 무엇보다 이곳은 너와 내가 함께 보낼 공간이니까, 잘게 나누어진 어느 좁은 면적을 대하는 일조차 허투로는 하고싶지 않아.
있잖아. 나는 너와 함께할, 푸른 녹음처럼 짙은 방을 꿈꾸고 있어. 스물한 살 무렵의 지난날 중 언젠가, 아픈 사랑이 끝났음에 눈물을 흘릴 때 들었던 어느 진득한 위로가 생각나. 사랑은 마음의 빗장을 여는 일이래. 평소라면 내어주지 않을 내밀한 나의 감정을 보여주기로 결심한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뜻이지. 그래서 너는 참 용감하다, A야. 나는 네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있어. 그 많은 사랑이 흐르는 길을 오롯이 나에게로 향하게끔, 시간을 무릅써주어서 고마워.
3
이 공간이 또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돼. 아무것도 없는 무채색의 흰색 공간에서부터 색을 머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는 게, 참 신기하지. 색을 머금은 이곳에는 우리의 시간이 아주 오래도록 새겨질 거야.
이 사랑엔 언젠가
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게 두렵다면
손조차 잡을 수 없는걸요
반짝이던 순간들은
어제가 돼버린걸요
조금은 서투르지만 서두르지는 말고
다가오는 진심들을 마주해봐요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마음은 아끼지 말고
천천히 서로를 담아봐요
onthedal - Home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