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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 Sep 27. 2022

완전히 새로운 색깔을 보고 있어

우리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대요

완전히 새로운 색깔을 보고 있어

도박중독자의 빚은 갚아주어선 안 된대

친구들은 아프다고 골골대는데

고양이가 부르는 노래는 골골송이래

때로 어떤 것은 귀여워도 귀여워해서는 안 되고

태초의 그 귀여움을 느낀 내가 역겨워진다


친구들은 이만치 슬프고 이만치 괴롭고

우리의 상황은 언제나 이만치 참담해요

언제나라는 말은 그래도

밀도가 낮은 허름하고 허술한 always를 고를게


360도로 펼쳐지는 중심의 한 점에서 시작된 원은

삼백육십도가 정말로 맞아? (zero)

귀여운 것은 잔인하고

잔인한 것은 귀여운데

귀엽지도 잔인하지도 못할 바에는

난 그냥 사라져버릴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라고 했어요

타인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고

타인만큼 무형인 것이 또 있을까

당신은 타인을 구획할 수 있나요

나로부터 이 세상을 떼어낼 수가 있는지

이 하얀 분필로 잿빛 아스팔트에


피해와 도움과 사랑과 이해와 오해와

그 모든 것들의 구분에 대한 오해는 즐거워

사람들은 결정하지 못하는 버릇도 [장애]라고 했다

침대 밑에 살고 싶어서

아침이고 밤이고 몸을 일으키기 어려운 건

[그런 건] 장애가 아니라고 감히 말했으면서

웃기지

언제쯤 나를 똑바르게 오해해줄래요

서로를 이해해줄 사람을 구하다가 지쳤고

이제는 곱게 오해해주기만을 바라


담벼락에 기대어 바닥에 주저앉아

줄넘기 구경을 하고 있어

줄 돌리는 두 아이를 좀 봐

우리 잘 돌리고 있어 (정답)

우리 반시계방향으로 돌리고 있어 (오답1)

우리 시계방향으로 돌리고 있어 (오답2)

나에는 내가 볼 수 있는 세계만 보이고

내게 보이는 세계만 볼 수가 있어

천 년에 딱 하루 정도 징검다리가 놓인다

그러면 때를 놓치지 않고 잘 건너가야 해

그렇게 자주 이쪽저쪽 오다니다보면

사리분별이 밝아져요

천성적으로 어두운 타입이어도


우리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대요

천 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 한 내 징검다리 당신

타인이라는 무형이 유형이 되는 순간에

그렇게 난 너를 목격했어


용기 있는 사람은 글쎄

두려움을 안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워도 결국 결심한 사람이라는 거야

너 그거 알아

모든 것에는 뒷면이 있다

가장 아무것도 모르는 그 사람은

사실은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모조리 알고 있었고

거기서 단지 책 한 겹을 더 넘겼을 뿐인데도

그때부터 나는 그 사람이 아는 것을 모조리 몰라

그렇게 뒤집고 뒤집다가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나는 궁금해


애초에 끝이라는 게 가능하다면

뒤집을 수도 없었을 거예요

마치 360도에 다 면이 존재하는

완전한 구의 형태처럼 말이야

내가 무슨 말 할지 맞혀봐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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