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대요
완전히 새로운 색깔을 보고 있어
도박중독자의 빚은 갚아주어선 안 된대
친구들은 아프다고 골골대는데
고양이가 부르는 노래는 골골송이래
때로 어떤 것은 귀여워도 귀여워해서는 안 되고
태초의 그 귀여움을 느낀 내가 역겨워진다
친구들은 이만치 슬프고 이만치 괴롭고
우리의 상황은 언제나 이만치 참담해요
언제나라는 말은 그래도
밀도가 낮은 허름하고 허술한 always를 고를게
360도로 펼쳐지는 중심의 한 점에서 시작된 원은
삼백육십도가 정말로 맞아? (zero)
귀여운 것은 잔인하고
잔인한 것은 귀여운데
귀엽지도 잔인하지도 못할 바에는
난 그냥 사라져버릴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라고 했어요
타인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고
타인만큼 무형인 것이 또 있을까
당신은 타인을 구획할 수 있나요
나로부터 이 세상을 떼어낼 수가 있는지
이 하얀 분필로 잿빛 아스팔트에
피해와 도움과 사랑과 이해와 오해와
그 모든 것들의 구분에 대한 오해는 즐거워
사람들은 결정하지 못하는 버릇도 [장애]라고 했다
침대 밑에 살고 싶어서
아침이고 밤이고 몸을 일으키기 어려운 건
[그런 건] 장애가 아니라고 감히 말했으면서
웃기지
언제쯤 나를 똑바르게 오해해줄래요
서로를 이해해줄 사람을 구하다가 지쳤고
이제는 곱게 오해해주기만을 바라
담벼락에 기대어 바닥에 주저앉아
줄넘기 구경을 하고 있어
줄 돌리는 두 아이를 좀 봐
우리 잘 돌리고 있어 (정답)
우리 반시계방향으로 돌리고 있어 (오답1)
우리 시계방향으로 돌리고 있어 (오답2)
나에는 내가 볼 수 있는 세계만 보이고
내게 보이는 세계만 볼 수가 있어
천 년에 딱 하루 정도 징검다리가 놓인다
그러면 때를 놓치지 않고 잘 건너가야 해
그렇게 자주 이쪽저쪽 오다니다보면
사리분별이 밝아져요
천성적으로 어두운 타입이어도
우리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대요
천 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 한 내 징검다리 당신
타인이라는 무형이 유형이 되는 순간에
그렇게 난 너를 목격했어
용기 있는 사람은 글쎄
두려움을 안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워도 결국 결심한 사람이라는 거야
너 그거 알아
모든 것에는 뒷면이 있다
가장 아무것도 모르는 그 사람은
사실은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모조리 알고 있었고
거기서 단지 책 한 겹을 더 넘겼을 뿐인데도
그때부터 나는 그 사람이 아는 것을 모조리 몰라
그렇게 뒤집고 뒤집다가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나는 궁금해
애초에 끝이라는 게 가능하다면
뒤집을 수도 없었을 거예요
마치 360도에 다 면이 존재하는
완전한 구의 형태처럼 말이야
내가 무슨 말 할지 맞혀봐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