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까지 모든 일정을 다 해치우고, 일요일 하루를 비워 종일 집을 정리했다. 마치 중요한사람이 곧 집에 오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미뤄둔 빨래도, 수납장 옮기기도 해치웠더니 드레스룸이 춤이라도 출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다. 바삐 움직이는 틈틈이 밥 세끼를 전부 만들어 먹었다. 스스로에게 충실한 시간은 흔치 않아서 더욱 소중하다.
열대어 어항에 물도 갈아주고, 극락조화에 새 이파리가 올라오는 것도 보았다. 신나게 자라는 모습이 어여쁘다. 긴 겨울을 살아남아 한껏 봄을 즐기는 모습이 그렇게 대견하고 듬직할 수가 없다. 이제는 물길도 제법 잘 잡혀서, 물 한 바가지를 한 번에 들이부어도 넘치지 않고 잘 받아낸다. 로즈마리는 새로 난 가지와 잎으로 푸릇푸릇하고, 겨울을 버티던 아네모네는 장하게도 꽃을 피웠다. 역시 작년에 꽃이 안 피었던 건 기숙사가 너무 따뜻했던 탓이다.
사실 아네모네는 지난 겨울 동안 정말 초라했다. 줄기도 가늘고 이파리도 볼품없이 말라비틀어져서, 살아있기는 한 건가, 하고 걱정하곤 했다. 하지만 날씨가 살짝 풀리자마자 보송보송하고 통통한 새 이파리를 잔뜩 내놓더니, 결국 희고 탐스러운 꽃대까지 피워 올리는 게, 벼르고 있었구나 싶다. 겨울 내내 숨죽이면서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을까, 이 계절을.
내 봄도 언젠가는 오리라. 지금이 겨울의 한 가운데일지 봄의 초입일지 알 수 없지만, 고개를 들고 활짝 피어나면 결국 알게 되겠지. 애타게 그리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