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작
보좌관과 선숙이 등장한다.
보좌관은 선숙을 찍고 있다.
보좌관 의원님. 지금 라이브 시작했습니다.
선숙 (헛기침을 하며)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30년간 당에 헌신하여 제 한 몸 다 바쳐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저의 개인 비리로 몰아갔고 저는 당에서 제명되었습니다. 일련의 사태가 저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기에 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오늘 저는 레테로 떠나려 합니다.
보좌관 의원님 더 걸어가시는 건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요. 이제 끊을까요?
선숙 내가 선 앞으로 바짝 걸어갈 테니까 롱테이크로 찍어. 몇 명 들어왔어?
보좌관 삼만 명이 시청하고 있습니다.
선숙 잘됐네. 계속 찍어. 나 걸어간다.
소운 저 아줌마 뭐 하는 거예요?
도은 (소운을 감싸 안는다.) 글쎄.
오토바이를탄남자 쇼하는 거지.
소운 쇼?
도은 말려 봐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에이. 저런 사람은 절대 못 가요.
선숙 (무서운 듯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사람들이 뭐래?
보좌관 응원한다고…….
선숙 뭐?
보좌관 레테로 가는 걸 응원한다고요.
선숙 가지 말라는 사람 없어?
보좌관 네.
선숙 내가 좀 더 가까이 가면 말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보좌관 네!
선숙 이걸 찍어 봐. 내 발이 선 넘어가는 걸 말이야.
보좌관 (핸드폰을 클로즈업한다.)
선숙 지금은 뭐래?
보좌관 …….
선숙 (채근하며) 뭐래?
보좌관 스릴 있다고…… 시청자가 오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선숙 제길.
보좌관 어떻게 마무리하죠?
선숙 이래도? (한 발 들어 더 깊이 넘어간다.)
보좌관 (신나는 듯) 십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선숙 너는 웃음이 나오냐? (중심 잃고, 아슬아슬하게 선 너머로 넘어지려는 찰나)
보좌관 의원님!
선숙, 가까스로 선 밖으로 빠져나온다.
선숙 에라이. 못 해 먹겠네. 다 때려쳐! (핸드폰 보며) 야 이 나쁜 인간들아. 그딴 국민성 때문에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거야. 잘 먹고 잘 살아라! 아니? 니들은 못 먹고 못 살아야 해! 나 니들 원하는 대로 안 가. 나야말로 잘 먹고 잘 살 거다! (나간다.)
보좌관 의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