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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레테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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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수아 Aug 27. 2024

레테(8)

2024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작

보좌관과 선숙이 등장한다. 

보좌관은 선숙을 찍고 있다.      


보좌관 의원님. 지금 라이브 시작했습니다. 

선숙 (헛기침을 하며)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30년간 당에 헌신하여 제 한 몸 다 바쳐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저의 개인 비리로 몰아갔고 저는 당에서 제명되었습니다. 일련의 사태가 저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기에 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오늘 저는 레테로 떠나려 합니다. 

보좌관 의원님 더 걸어가시는 건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요. 이제 끊을까요? 

선숙 내가 선 앞으로 바짝 걸어갈 테니까 롱테이크로 찍어. 몇 명 들어왔어?

보좌관 삼만 명이 시청하고 있습니다. 

선숙 잘됐네. 계속 찍어. 나 걸어간다.

소운 저 아줌마 뭐 하는 거예요?

도은 (소운을 감싸 안는다.) 글쎄. 

오토바이를탄남자 쇼하는 거지. 

소운 쇼? 

도은 말려 봐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에이. 저런 사람은 절대 못 가요. 

선숙 (무서운 듯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사람들이 뭐래?

보좌관 응원한다고…….

선숙 뭐?

보좌관 레테로 가는 걸 응원한다고요. 

선숙 가지 말라는 사람 없어?

보좌관 네. 

선숙 내가 좀 더 가까이 가면 말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보좌관 네! 

선숙 이걸 찍어 봐. 내 발이 선 넘어가는 걸 말이야. 

보좌관 (핸드폰을 클로즈업한다.)

선숙 지금은 뭐래?

보좌관 ….

선숙 (채근하며) 뭐래?

보좌관 스릴 있다고…… 시청자가 오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선숙 제길.

보좌관 어떻게 마무리하죠?

선숙 이래도? (한 발 들어 더 깊이 넘어간다.)

보좌관 (신나는 듯) 십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선숙 너는 웃음이 나오냐? (중심 잃고, 아슬아슬하게 선 너머로 넘어지려는 찰나)

보좌관 의원님!      


선숙, 가까스로 선 밖으로 빠져나온다.      


선숙 에라이. 못 해 먹겠네. 다 때려쳐! (핸드폰 보며) 야 이 나쁜 인간들아. 그딴 국민성 때문에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거야. 잘 먹고 잘 살아라! 아니? 니들은 못 먹고 못 살아야 해! 나 니들 원하는 대로 안 가. 나야말로 잘 먹고 잘 살 거다! (나간다.)

보좌관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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