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작
무대 밝아지면
여인숙 밖 도로
오토바이를 탄 남자 도로를 달리고,
옆으로 도은이 히치하이킹을 시도한다.
도은 저기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멈추며)
도은 저 좀 도와주세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네?
도은 좀 태워 주세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어디까지요?
도은 강 건너 레테.
오토바이를탄남자 미쳤어요?
도은 왜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나더러 지금 그쪽으로 가란 거예요? 그 위험한 데를?
도은 거기가 위험해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네.
도은 왜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당연히 위험하죠. 모든 게 다 사라지는 곳인데.
도은 그게 뭐요.
오토바이를탄남자 그게 뭐요? 몰라서 물어요?
도은 알겠어요. 그럼 근처까지만 부탁드릴게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싫은데요?
도은 당신 어차피 그쪽 방향으로 가고 있었잖아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아니거든요.
도은 여기 외길인데요?
오토바이를탄남자 …….
도은 어? 이것 봐라? 당신도 레테로 가는 길이었죠?
오토바이를탄남자 아니거든요. 그게 아니라요. 고민 중이었다고요.
도은 그게 그거지.
오토바이를탄남자 어떻게 그게 그거예요? 결심한 거랑 열심히 고민하는 거랑. 난 항상 적당히 가다가 돌아왔다구요.
도은 알겠구요. 이정표 나오기 전까지만 가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참 순진하시네. 레테가 그렇게 친절할 줄 알아요? 이정표가 있게?
도은, 무작정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는다.
도은 출발! 경계선까지 안 가요. 약속해요. 버스만 앞지르면 돼요.
오토바이를탄남자, 궁시렁거리며 출발한다.
바람에 속력을 내는 오토바이
도은 저기 있어요. 버스. 앞질러 봐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앞질러서 어떡하라고요?
도은 잠깐만 멈춰 주면 돼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나한테 뭐 맡겨 놨어요?
도은 알아요. 알아. 너무 고마운데.
오토바이, 버스를 따라잡으려는데
끽- 하고 버스 정차하는 소리.
암전
무대 밝아지면
오토바이를탄남자, 도은, 소운이 나란히 서 있다.
무대 가운데를 가르는 선 하나.
오토바이를탄남자 경계선까지는 안 온다더니. (비아냥거리며) 결국 왔네. 왔어. 아줌마. 고맙습니다. 덕분에 고민을 끝냈네요.
도은 (소운의 손을 잡으며) 너 왜 말도 없이 갔어?
오토바이를탄남자 꼬마야. 이 아줌마가 너 괴롭히니?
도은 그런 거 아니거든요?
소운 아줌마. 나 갈게요.
도은 있어 봐. 나랑 잠깐 얘기 좀 해.
소운 가야 해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아줌마 왜 애를 막 붙잡아. 대책 있어요?
도은 일단 애를 말려야죠. 뭐야. 자기도 도왔으면서?
오토바이를탄남자 일단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랬는데. 그래도 애가 간다잖아. 애를 무작정 안 보내면 어쩌겠다는 거야. 자기가 책임을 질 것도 아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