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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레테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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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수아 Aug 27. 2024

레테(9)

2024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작

보좌관, 선숙을 계속 찍으며 따라간다. 

도은, 소운, 오토바이를탄남자 웃는다. 

     

오토바이를탄남자 와. 저걸 또 찍어? 

소운 그러니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오토바이를탄남자 아줌마. 이제 어떡할 거예요?

도은 뭘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애 데리고 어디로 가시냐고요? 이쪽? 아님 저쪽?

도은 당신은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난 더 고민할 거거든요. (소운에게) 넌 어디로 가고 싶니?

소운 국수 먹을 수 있는 곳. 

오토바이를탄남자 그럼 나랑 가자. 아저씨가 국수 백 그릇도 사 줄 수 있어. 

도은 당신이? 

오토바이를탄남자 뭐야? 나 무시?

도은 누가 뭐래요?

오토바이를탄남자 꼴이 이렇다고 무시하는 건가? 나 이래 봬도 부잔데?

도은 오! 부자? 

오토바이를탄남자 안 믿네? 나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산다고. 

도은 그렇게 많이 가진 사람이 왜 레테에 가려고 하셨나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몇 번을 말해? 고민만 했다고요. 

도은 아. 맞다. 고민.

오토바이를탄남자 그리고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산다고 무조건 행복한 줄 아세요? 아줌마는 가난해서 여기 온 건가? 

도은 아뇨. 

오토바이를탄남자 가려고 확실히 마음먹었던 적도 있어요. 

도은 근데요?

오토바이를탄남자 어떤 사람이랑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상하게…….

도은 이상하게?

오토바이를탄남자 느껴졌거든요. 감정이…….

도은 어떤 감정?

오토바이를탄남자 모르겠어요. 아주 작은 감정. 묘하게…… 무감각을 깨는 그런 거. 

도은 혹시 모래알 같은 감정?

오토바이를탄남자 모래알?

도은 (큭 웃으며) 아녜요. 고민될 땐 일단 멈춰야지. 

오토바이를탄남자 멈췄는데 아줌마가 날 데려왔잖아. 

도은 멈추긴.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으면서. 어때요? 더 확실해졌죠? 

오토바이를탄남자 아니. 더 헷갈리거든. 

도은 또 알아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지? 세상일은 모르는 거라구요. 

오토바이를탄남자 뭔 소리야. 

도은 아니 그렇다구. 

오토바이를탄남자 아줌마. 빨리 정해요. 내가 태워 줘? 말어?     


사이     


도은 (눈을 꼭 감는다.) 태워 줘요. 

오토바이를탄남자 그럴 줄 알았어! 꼬마야 너도 좋아?

소운 네!     


셋, 오토바이에 일렬로 타고

바람을 가르며 출발하면,

암전     


무대 밝아지면

다시 첫 장면이었던 아파트 

번호 키 누르는 소리

도은이 들어온다. 

소운, 머뭇거리다가 들어온다.      


도은 어서 들어와.      

소운, 신발을 벗고 들어온다.      

도은 힘들었지? 혼자 씻을 수 있어?

소운 네. 

도은 거기가 화장실.

소운 (화장실로 가다가 멈칫하며) 누가 있는데요? 

도은 응?

소운 화장실에 누가 있어요. 

도은 (화장실로 걸어가고, 소리를 듣고 놀란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민수가 나온다. 목에 수건을 두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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