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의 힘 ]을 읽고

- 김선현 -

by 작은손

대성당 안에 있는 그림을 보는 것이 소원인 네로. 네로는 대성당 앞에서 사랑하는 개 파트리샤와 함께 얼어 죽기 전 문지기의 친절로 한 줄기 빛을 통해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림을 본다. 네로가 보았던 그림이 무슨 그림인지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내가 동화책을 읽었을 때 성당 안의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궁금해했을까?


네로가 좋아한 그림은 화가 루벤서가 그린 성화 ‘십자가로부터 내려짐’이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제자들이 힘겹게 내리는 모습이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 그림을 본 적은 있지만 동화책 ‘플란더스의 개’에 나온 그림인 줄은 몰랐다. 좋은 책과 그림은 시대를 거슬러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오늘도 아기예수를 안고 뺨을 비비는 성모님의 그림을 보고 사진으로 담았다. 그림을 보는 순간 따뜻하고 포근함이 느껴졌다. 내가 아들을 품에 안았던 그때가 그리운 것일까? 그냥 느낌이 좋을 뿐이다. 그래, 그것이 그림의 힘이다. 단지 느낄 뿐. 화가는 그림을 통해 세상을 표현한 것이고 나는 그림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나를 느끼겠지.


지금 내 방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있다. ‘꽃피는 아몬드나무’ 그림이다. 아몬드 나무 그림이 그려진 컵이 두 개 있고, 그 컵을 포장한 상자도 버리지 못하고 소품으로 장식하고 있다. 비 올 때 쓰고 다니는 우산도 아몬드 나무 그림이다. 표지가 아몬드 나무인 책이 있고 시집이 있다. 나의 공간에는 눈만 돌리면 ‘꽃피는 아몬드나무’ 그림이 보이기에 잠자리에 들어 불을 끄면 어둠 속에서 분홍빛으로 피어나는 꽃봉오리와 파란 하늘이 보인다. 아몬드 그림 사랑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스스로 궁금하다.


‘꽃피는 아몬드나무’ 그림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스스로 찾아보았다. 고흐가 동생 테오의 아들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그린 그림인데 그 어느 때보다 고흐가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로 사랑을 담아 그렸다고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을 조카이기에 그림을 그리면서 얼마나 큰 기쁨으로 충만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르누아르의 ‘책 읽는 소녀’ 그림은 나와 십 년을 함께 했다. 나의 카카오스토리의 대문 화면에 넣고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카스의 주제를 책 읽기로 했기 때문에 상징적인 그림을 선택했다. 책을 읽은 후 짧은 감상문을 올리니 그동안 올린 독후감이 이백 오십 편이 넘는다. '책 읽는 소녀'의 그림은 책 속의 세상에 빠진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나도 그녀처럼 다른 세상에서 놀고 있을 것을 의미한다. 그림 한 장이 주제를 나타낼 수 있으니 그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 열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화가의 삶을 알고, 그를 이해하게 되고, 그림을 그릴 때의 마음까지 알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겨 놓은 화가 빈센트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가난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힘을 배우고 싶고, 그가 이겨낸 것처럼 나도 이 힘겨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고 싶은 것이다. 그림 속의 그에게 나를 투사하는 것이다. 많은 그림은 화가의 정신과 땀이 담겨 있기에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양하지만 분명 큰 힘이 있다.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는 분에게 나는 명화가 있는 책을 소개하면서 보기를 권했다. 그녀의 대답이 “나는 그림을 몰라”였다. 책을 받아 펼쳐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식을 갖추어야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음악을 몰라도 들으면서 내가 느끼는 느낌을 즐기듯 그림도 보면서 보아지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두면 될 것을 미리 겁부터 낸다. 적어도 그림의 제목과 화가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인지. 들에 나가 이름 모를 꽃을 보며 얼마나 감탄사를 연발하며 볼 줄 아는가. 밤하늘의 별자리를 몰라도 별을 보듯 그림도 마찬가지로 그냥 보면 되는 것을.


저자 김선현은 심리 상담을 하면서 그림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내담자에게 마음이 가는 그림을 고르게 하여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림에 투사된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색이 주는 느낌을 말하고 그림 속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게 하여 속마음을 듣는다. 아주 자연스럽게 내담자의 심리를 알고 의사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해 나갈 것이다.


나는 왜 그림을 좋아할까? 그곳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과 내 마음속의 풍경과 나를 읽어낼 수 있는 언어가 있어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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