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집 -
우리 셋은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네 집, 내 집에서 일박을 하거나 여행을 간다. 한 친구는 초등 때의 친구이고 다른 친구는 여고 때의 친구이다. 그 둘은 나와 같은 중학교에서 절친이었으니 조합이 재밌다. 시절인연이 만나 평생을 함께 한다.
친구 둘과 경주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자기 남편이 우리 집 대문을 다 고쳤다는 문자가 왔다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우리는 놀고 있는데 혼자 오셔서 대문을 고쳤다고?" "어디를?" 나는 조금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반문했다.
친구 부부는 기온이 36도가 되는 어느 여름날 우리 시골집에 와서 대문의 수치를 재고 갔다. 그날 아침에 오겠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내가 거절했다. 더운 날에 대문을 만들려면 오지 말라고. 나는 급할 것 없으니 조금 선선해지면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둘은 먼 길을 와서 대문의 수치를 재고 갔단다.
몇 주 뒤, 친구네는 두께가 두꺼운 나무를 써서 아주 튼튼해 보이는 문 두 짝을 싣고 왔다. 원래 있었던 대문도 나무로 되어 있었지만 십 년의 세월에 낡아서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었다. 솔직히 관리가 소홀해서 더 빨리 나빠진 경향도 있다. 오일스텐을 더 자주 칠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의 게으름은 정직하게 내 공간에 고스란히 드러내 준다.
헌 대문을 떼어내고 다시 새것으로 다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놀랐다. 수평을 맞추고, 두 짝이 마주 보며 벌어지는 간격을 맞추고, 문고리가 수월하게 걸고 걷을 수 있도록 맞추어 나간다. 부부의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면서 신랑을 아끼는 친구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내가 이렇게 수고한다는 내색 없이 묵묵히 일하는 친구 남편도 볼 수 있었다. 그곳이 아름다워지는 데는 문이 새것이어서가 아니었다. 부부의 오가는 마음과 정성이었다.
시골집으로 가 보니 경첩을 새것으로 네 개를 다 바꾸었고, 빨간색이 유난히 튀었던 캐스터 바퀴 한 개를 떼어 냈다. 처음 문을 바꾸는 날, 녹슨 경첩을 사용하니 매끄럽지가 않았다. 녹 방지용 스프레이를 뿌려서 재사용했다. 전 주인이 자재값을 아끼지 않은 탓에 재사용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왜냐하면 친구네가 한 푼이라도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편분이 셋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왔을 때 사용된 비용을 물을 수가 없었다. 친구 부부의 정성을 계산하려 드는 속물처럼 느껴지기에. 역시 새 경첩은 반들반들 윤이 나면서 더 튼튼한 대문으로 보이게 했다.
나는 시골집에 갈 때마다 대문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네 개의 경첩이 든든히 잡아주니 무거운 문 두 짝이 어느 한쪽도 기울어지지 않고 굳건히 마주 보고 서 있다. 친구 부부를 보는 듯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경첩이 되어 잡아 주고 받들어 준다. 비록 세월에 녹이 슬 수는 있을지라도 그 또한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