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정복한 서진규 박사의 성공스토리 - 서진규 -
서른셋의 젊은이에게 물었다.
"당신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권하고 싶은 인생책이 무엇인가요?"
"서진규의 성공 스토리예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젊은이에게 물어보았던 것은 아이들에게 권해 보려는 욕심이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든 자신에게 당기는 책을 읽으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아들이 읽을만한 책이 없느냐고 물어왔기에 누군가에게 감동과 도움이 된 책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알아보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내가 먼저 읽었다. 단숨에 읽혔다. 저자와 나는 비슷한 시대를 살았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저자 서진규는 힘들 때마다 자신의 내면에서 말해주는 것을 귀 기울여 들었고, 자신을 믿고,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해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다가 '식모 이민'으로 미국을 갈 생각을 하다니. 그것보다 내가 놀랐던 것은 공장에 다니면서도 영어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무언가 나하고는 다른 데가 있구나 싶었다.
나도 대학에 다닐 때, 방학을 이용해 공장에서 두 달 동안 일 한 적이 있다. 겨울이라 발이 시려서 무척 힘들었다. 양말을 두 개 신어도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오른쪽 발가락이 얼었고 그 뒤 한동안 힘들었다. 지금도 추위를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하는 이유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전두환대통령 시절이라 대학생 신분으로는 공장에 들어가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서 친구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용해서 일했다. 친구 이름이 내 이름인 것을 잊고, 공장장이 나를 몇 번이나 불러도 내가 고개를 돌리지 않아 혼이 난 적도 있었지만 잘 견뎌내어 돈을 벌었다. 하지만 다시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지 않았었다.
저자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온 남녀차별이었다.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오빠와 남동생은 남자라는 이유로 대접을 받고 자신은 여자라는 이유로 천대를 받아 마땅한가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생각하게 했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할머니와 어머니가 시키는 일들을 거역할 수가 없었고, 그들의 모진 말을 들어야 했다. 열서너 살에 새벽 4시면 건넌방에서 밥 하라는 고함을 들으며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니!
내가 태어났을 때도 '기집아'라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외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로 오빠와 언니가 있었건만 아들을 바랐던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건넌방에서 아이를 보러 건너오지도 않으셨다니. 하지만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아버지다. 우리 집보다 훨씬 부자였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대학 등록금을 주지 않아 학교에 가지 못한 친구의 하소연을 들으니, 우리 집 형편에 학교에 보내준 것만 봐도 우리 부모님은 오빠와 나를 차별하지 않으신 듯하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 여겼고 열심히 했다. 덕분에 교육대학에 합격하여 선생님이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의 아름다움을 저자는 말한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서 다른 사람들부터 도움의 손길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계속 노력하고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나라면 절대 할 수 없었을 일들의 이야기를 읽어 나갈 때 서진규 씨는 얼마나 울었을까 싶었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선택한 미국 군대. 그래서 8개월밖에 안 된 딸을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보냈다고 한다. 그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 나는 퇴직했다가 6년 반 만에 학교에 복직하면서 한 살 된 아들을 다른 지역의 부모님께 보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아들에게도 엄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살아오면서 한 일 중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걸어온 삶 자체가 희망의 증거라 한다. 과연 그러하다. 절망적일 때 그녀가 걸어온 길을 들여다본다면 "그래, 나도 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왜 젊은이가 이 책을 권했는지 알 것 같다. 그가 힘들었을 때 버티게 해 준 책이었으리라. 나는 글을 잘 쓰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잘 살았기에 좋은 책이 탄생할 수 있었고,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버틸 수 있는 힘도 준다. 과연 아들은 이 책을 읽을까? 내가 쓴 감상문이 그를 설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