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이 되었습니다
묵은 것이 되살아나 내 발목을 잡는 일이 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그냥 덮어 두었던 것들
감정이든, 돈이든, 인간관계이든
마지막이 깨끗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것이 내 잘못이든 아니든 말이다.
치사하고 아니꼬워서 그냥 내가 참고 살지 뭐
이런 생각은 절대 나쁘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인생이 참으로
까탈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기분이 뭔가 쌔하면 본능을 믿어야 한다.
할 말은 하고, 마무리를 깨끗하게 지워야 한다.
십수 년 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얼렁뚱땅 마무리 지었던 그래서 그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스스로
안심시키고 덮어두었던 것이 물귀신처럼 일어나
나를 덮쳤다.
편하게 살려고 했던 혹은 귀찮음을 극복하지 못한 대가다.
물론 그 대가는 처음보다 더 가혹하고 잔인했다.
(인간관계의 잔혹한 끝이라든지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비용이라든지 그와 관련된 대가는 덮어둔 세월과 비례하는 듯하다. 이럴 때 보면 신은 참으로 알뜰하고 기억력이 좋은 것 같다. 어찌 이렇게 나쁜 일에는 이자까지 꼼꼼하게 계산하실까 싶다.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대가는 아무리 기다려도 제때 도착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니
제때(!) 제대로(!) 잘 마무리하자.
그렇지 않으면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으로 돌아오는
거지같은 기적을 영접하리니~
이렇게 써놓고 보니
사는 게 그리 깨끗하게 딱 잘라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녹녹치 않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즐겁게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