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일 돌아오는 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떠난 적이 없었다는 것을요.
그저 주저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래서
한 번도 지쳐본 적 없는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다시 무릎이 꺾일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긴 해도 정작 할 일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의 고백이 결국 무소용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일어나 보려구요.
일어나서 책상 주위를 서성여 보기도 하고
창문 밖을 멍때리며 건너다보기도 하고
화분과 함께 물을 나눠 먹기도 하고
밤이 오면 어둠을 끌며 산책하기도 하고
그렇게 해 보려구요.
알고는 있지만 정작 하지 않았던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