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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봄을 끌어당기는 줄도 모르고

by 이노나

봄을 끌어당기는 줄도 모르고





딱 멈춘 채였다 돌아보고자 했던 시도도

나아가려고 했던 기도도 무의미한 마음이었다

미리 알았다면 달라진 것이 있었을까


끌어안았던 얼굴들을 한 손에 쥐면 꽃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웅크렸던 시간을 죄라고 한다면

지금 창밖에 부는 바람을 덫이라 불러야 한다


해가 뜨고 진다

달이 따라 진다


달아나기 위해 불렀던 노래는 마디와 마디 사이 숨을 숨겨 놓았다

더러 결이기도 했다 선택을 해야 했다


젠가의 마지막 막대를 빼기 전

뒤집은 쓰레기통에서 쏟아진 어제의 기억


누구의 시간은 누구만의 것이어서 누구도 알지 못한다면 비겁이 될까

덮고 싶었다 다시 펼칠 것을 알면서도

달빛이 그렁그렁 옆으로 도망갔다

겨울은 끝나지 않겠다는 듯 온 거리의 나무를 흔들며 다녔다


꽃잎이 날렸다


끝내 봄을 끌어당기는 줄도 모르고 나는 애써

겨울로 도망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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