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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3시에서 5시 사이

by 이노나

3시에서 5시 사이




남은 것이 내게 없는 나른한 오후

3시 햇살은 찬란했고 의자는 어둑했으므로

나서는 길은 당연했다 웃는 사람들과

고요한 그늘과 평범한 꽃들이 질투처럼

찢기는 길은 굽었다 튀어나와 아무렇지 않게

막다른 표지판을 만들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불쑥 희망처럼 슬퍼서 숨겨지지 않는 너의 등이

잊혀질까 잊혀질까 느긋해지지 않는 시간이

투명하게 흐르다가 두드러질 때 우리는

숨겨지지 않기로 했다 명랑하게 부서져 오히려

생동감 넘치는 방관과 경솔한 주시로 이룩된 약속은

현재처럼 보이는 과거일 뿐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짐은 어쩌면 어디에나 뒹구는 먼지일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아닌 삶은 어디에도 없겠지만 너는 어디에도

없었다 가슴에 길고 가는 흉터를 지닌 아이들이

태어나고 죽었다 내게 남은 것이 없는 오후는

평온하게 5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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