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오래 서 있었어요
바다에 오래 서 있었어요
바다에 오래 서 있었어요
파도가 내 몸을 드나드는 사이
발자국은 저 멀리서부터 사라져요
단락을 나누지 않은 시간 속에
나는 몇 번 나올까요
깊이 박힌 말들은 그대로 두세요
느린 의도였거나 실수였을 거에요
이해해요 이런 일은 익숙하죠 매번
다른 결말과 이미 일어났던 시작과
내가 바다에 오래 서 있기로 한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현실을 초월한 갈증은
실재하지 않는 슬픔일 뿐
도려낼 수 없는 이유죠
그렇게 발견되는 것들이 있어요
시간의 순서와 무관하게 냉담해지는 호의라든가
더럽게 맛없는 아이스크림이라든가
눅눅한 구름에 내포된 의미라든가
훌륭하게 타협된 제외라든가
그래서
모래가 발등을 파먹으며 자라는지도 모른 채
결국 어떤 발자국도 가지지 않았던 나는
처음부터 관계없는 얼굴이죠
바다에 오래 서 있었어요
애도는 짧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