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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끝까지 이야기할 뻔했어요

기다려 주세요

by 이노나 Feb 26. 2025

기다려 주세요





구차한 생의 뒤에 따라붙는 시간은 

아주 좁고 지루했어요 

그런 날이었어요

화장실 세면대 밑에서 물이 떨어져요

처음엔 한 방울이었는데 어느새

몸을 휘감은 물이 내 몸을 통해

아이를 낳아요 그림자를 보면

죽는다는 이름이에요 철벅철벅

누군가 의자를 두고 가요

내게 다시 오는 말들이에요

서둘러 비겁을 선택했던 그날은

복잡한 질문에 대한 간결한 답이었죠

아무리 희망적이어도 적으로 끝나는

정답을 더 이상 믿지 않아요

무너짐을 견뎌야 하는 숙명처럼 차라리

눈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문밖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추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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