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르귄
작은 마을의 대장장이 아들, 예민하고 날이 선 재능을 가진 소년 게드는 마법의 재능을 발견하고 깊이 빠져든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배우면서도, 동료와 경쟁하고 질투를 느끼는 감정들에 빠져 재주를 뽐내려다 그만 깊은 어둠을 깨운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그 그림자를 쫓아가는 소년의 성장기,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통과의례다.
게드는 그 날 이후 그림자에게 쫓기며 도망친다. 그는 여러 대륙을 떠돌고, 사람을 만나고, 적을 쓰러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그림자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완전히 부르지 못했던 과거의 찰나에 태어난 ‘자신의 일부’다. 이 세계에서 이름은 존재의 본질이다. 게드가 자기 이름을 알고 부를 수 있을 때, 그는 비로소 마법사로 완성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마법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였다.
그가 줄곧 달아났던 그림자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자신이 끌어안아야 할 일부가 된다. 게드는 그림자에게로 걸어 들어가, 그것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은 그의 또 다른 이름, 곧 자기 자신이었다.
르 귄은 일반적인 판타지처럼 힘과 지식의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게드의 여정을 ‘무지의 인식’과 ‘자기 그림자와의 화해’로 이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진실을 들려준다. 진짜 마법은 세상을 지배하는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직시하고, 그 어둠까지 포함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인정하는 데 있다는 것. 그리하여 게드는 마법사가 되기 이전에, 온전한 한 사람으로 완성된다.
지금이야 자기의 그림자와 대면하는 이야기는 그렇게 낯설지 않지만, 이 소설은 1968년 작이다.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의 이야기가 난무하던 시절에 쓰인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판타지.
*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감독한 게드 전기는 절대 보지 말기를.
어스시 시리즈 3권의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으나 작품에 대한 이해가 무식 수준을 넘어섰고, 10분 보는데 이미 험한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
이 돌을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선 그 진정한 이름을 변화시켜야 한단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건, 얘야, 그게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야. 그렇게 할 수 있지, 물론 가능하단다. 그게 변화사의 재주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에 어떠한 선과 악이 뒤따르는지 알기 전엔 단 하나의 사물, 하나의 조약돌, 한 줌의 모래도 바꾸어서는 안 된다.
아이 적엔 마법사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처럼 생각했겠지. 나도 한때는 그랬단다. 하지만 진실은 진정한 힘이 커지고 지식이 넓어질수록 갈 수 있는 길은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끝내는 선택이란 게 아예 없어지고 오직 해야 할 일만이 남게 되지.
"너는 돌아서야 한다."
"돌아선다고요?"
"이대로 가면, 네가 계속 도망만 친다면 어디로 달아나건 위험과 악에 맞닥뜨릴 게다. 왜냐하면 그것이 너를 몰아가며 네가 갈 길을 고르기 때문이지. 네가 선택을 해야 한다. 네가 너를 찾는 그것을 찾아야 한다. 너는 사냥꾼을 사냥해야만 해." -181
"모든 힘은 근본과 결말에서 하나예요."
"죽음은요?"
소녀는 반짝이는 검은 머리를 수그리고서 듣고 있었다.
게드가 천천히 대답했다
"어떤 말이 있으려면, 침묵이 있어야 해요. 그 전과, 그 후에." -231
게드는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며, 다만 자신의 죽음의 그림자를 자기 이름으로 이름 지음으로써 자신을 완전하게 한 것이다. 그로써 그는 한 인간이 되었다. 진정한 자아 전체를 깨달은 인간이며 자신 아닌 그 어떤 힘에 이용당하거나 지배받지 않을 사람, 살기 위하여 살며 결코 파괴나 고통이나 증오나 어둠을 섬겨 살지 않는 인간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