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그림자와 함께 사는 법

알랭 드 보통 - 불안

by 어제만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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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지위를 원하는 인간의 마음에는 깊은 불안이 자리한다.
아직 원하는 만큼의 지위를 얻지 못한 사람은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품고, 이미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은 언젠가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잃는 순간, 내가 속해 있던 세계에서 내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뒤따른다.


도대체 왜 우리는 그 ‘자리’를 탐내는가?
알랭 드 보통은 그 이유가 단순히 ‘돈, 명성, 영향력’ 때문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존재를 존중하고, 약점이 있어도 관대하게 받아주며,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 사랑이라면, ‘낭만적인 사랑’과 ‘지위에서 비롯된 사랑’은 형태는 달라도, 타인의 호의적인 시선이 주는 편안함에서는 같다.


그 외에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많다.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속물근성,

내 주변의 준거집단이나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기대,
그리고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오늘날의 능력주의가 그렇다.
이 능력주의 속에서, 부는 근면한 자의 결과물로서 선한 것이 된다.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원인은, 내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재능과 운, 고용주와 그들의 이익, 세계 경제의 흐름은 우리를 한순간에 대단한 인물로 만들거나, 변변찮은 존재로 추락시킬 수 있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성공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통은, 불안이 지나치게 삶을 잠식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철학·예술·정치적 인식·종교·보헤미안 정신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남들의 평가를 걸러내고, 예술 작품을 통해 시대를 꿰뚫는 통찰을 얻으며, 이데올로기의 벽을 깨고 현실을 간파하는 예리함을 가지라는 것이다.
또한 사회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태도, 신성을 감지하는 감수성을 제안한다.


책은 주로 지위와 관련된 불안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는 이보다 더 깊고 오래된 두려움도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인류 역사 속에서 피할 수 없었던 것, 그것은 기아와 천적, 질병,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신체가 직접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사고의 전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예수마저도, 자신의 죽음 앞에서 그 과정의 고통을 예상하고 신에게 떨며 기도했으니 말이다.


지위 불안은 사회가 만든 그림자일 수 있지만, 고통과 죽음에 대한 불안은 인간 존재 그 자체의 그림자다.

그것을 없애려는 싸움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그래서 보통은, 이러한 그림자를 없앨 수 없다면 빛의 방향을 바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 해법들은 도덕책의 모범 답안 같다. 대부분의 인류에게 적용하기 쉽지도 않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불안을 유발하는 본질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도 역부족이다. 문제는 날카롭게 지적하지만 당장 해결 방법이 요원하다는 점에서 지식인이나 일반인이 별 차이가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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