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집 근처 천변을 걷다 보면, 계절마다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논에서 자주 보이는 왜가리가 종종 물고기를 잡으러 찾아오기도 하고, 겨울이 되면 어느새 날아온 청둥오리 같은 철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한다.
오늘 오랜만에 천변 산책로를 걸었다.
매섭진 않아도 충분히 스산한 겨울 공기가 꽤나 차가웠다.
잘 여며져 있는 옷깃을 괜히 한번 더 조이고는 무심코 개천을 바라보았는데, 올해도 반가운 철새들이 듬성한 갈대숲 사이로 무리 지어 있었다.
부리로 털을 고르거나, 물 위에 동동 떠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특히 깃털을 잔뜩 부풀리고 뒤뚱거리며 걷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 딴에는 추운 날씨를 이겨내보려 한 것일까? 아니면 덩치를 키워 만만하지 않음을 피력하고 싶었던 걸까?
이유가 어찌 됐든 그 우스꽝스러운 귀여움을 사진으로 담아볼까, 하고 서둘러 카메라 어플을 켰는데, 그 잠깐 사이에 뭐가 그리 급했는지 녀석은 깊숙한 갈대 사이로 몸을 숨겨버렸다.
김이 팍 샜지만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걸음을 옮겼다.
느린 걸음으로 걷는 내 옆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두꺼운 겨울옷으로 잔뜩 무장한 사람들이 꼭 털을 부풀린 철새와 닮아 보였다.
다만 그 발걸음이 쫓기듯 빠르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그 빠른 발걸음 사이에 합류하려 보폭을 늘리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마다 바쁜 사람들 중 산책로 아래 철새 떼를 바라보는 건, 나와 어린아이 몇 명뿐이었다.
불과 몇 미터 되지 않는, 산책로의 경계를 따라 나뉘어 버린 세상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