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강변을 따라 수 킬로미터 이어진 자전거 길에는 많은 종류의 가로수들이 늘어져 있다.
차로와 자전거 길 사이 구분 선처럼 이어진 이팝나무와 벚나무.
반대편 넓은 강을 바라보며 가지를 뻗은 소나무.
옆 샛길을 따라 올려다보면 보이는 산등성이의 자작나무와 밤나무.
조금 멀리 보이는 민가로 이어진 길의 감나무.
자전거 길 중간 즈음 사잇길의 플라타너스.
그 외 이름 모를 종류의 나무들까지.
그중에서도 강과 가장 가까운 자전거 길의 키가 작은 편백나무가 나와 가장 자주 마주치는 나무다.
키가 작다 하더라도 넓은 강을 시야에서 가려버릴만큼 키가 커서, 그 옆을 지나면 강변이 아니라 마치 숲길을 거니는 느낌이 든다.
그곳은 작은 새와 청설모, 길고양이들이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 새들이 푸른 잎에 덮인 가지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날아오를 때가 있는데, 그 소리는 새의 작은 날개로 물을 탐방이는 소리와 닮아있다.
그곳엔 그렇게, 작지만 많은 소리가 지나간다.
강가에 닿아있어 물살이 기슭에 찰박이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고, 바람이 나무 위를 스치는 시원한 마찰음이 갑갑한 마음 가운데 바람구멍을 내주는 듯하다.
난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천천히 걷다가 새로 생긴 그 구멍에 귀를 기울여 봤다.
차마 내뱉지 못하고 삼켜냈던, 형체를 잃어버린 작은 속삭임들이 그 안에 남아 있었다.
그것들을 들키고 싶지 않아, 난 바람에 조금 큰 한숨을 섞어 흘려보내보았다.
바람을 타고 흩어져버릴 그 소리들이, 이젠 아프지 않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