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4)

by 별의 여백

봄에 내리는 비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전국 어딜 가나 천변 산책로를 따라 심어진 벚꽃 나무는, 봄이 되면 분홍 꽃 잎을 비처럼 털어낸다.


내가 사는 곳도 봄이 되면 벚꽃 축제를 할 정도로 도시 곳곳에 벚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봄이 되면 흐드러진 벚나무의 길을 여기저기서 감상할 수 있는데, 이 천변은 의외로 꽃놀이를 즐기기에 마땅한 장소는 아니다.


이곳에 심긴 꽃나무들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무들이라, 줄기와 가지가 가늘고 피워내는 꽃도 그다지 풍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봄이 되면, 산책로를 걷는 많은 사람들이 소박하게 피어난 꽃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어 올린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봄을 카메라에 담고, 눈에도 담아 보곤 했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며 손을 내밀고 미소 짓는 사람.


푸른 하늘과 분홍 꽃을 동시에 화면 안에 담기 위해 집중하는 사람.


꽃송이를 집어 들고 향기를 맡아보려는 사람.


봄의 천변엔 꽃과 새싹 말고도 움트는 것이 많았다.


지금, 겨울의 천변 산책로엔 꽃이 없다.

갈색으로 변한 풀포기와 앙상한 가지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길을 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땅 아래에선 푸른 새싹이 언 땅이 녹길 기다리는 중이고, 나뭇가지엔 작은 꽃눈들이 맺혀 꽃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이 추운 겨울에 머무르지 않고 봄을 준비하는 것들이 곁에 있었다.


나는 조금 가슴이 뭉클해졌다.


분명 올해 봄엔, 어린 나무는 작년보다 조금 더 자라 있을 것이고, 한 송이라도 더 많은 꽃을 피워 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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