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길(2)

by 별의 여백

하루에 두 번, 매일 똑같은 커다란 원을 그리는 시계도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고장이 난다.


매일같이 같은 일상을 살아내다 반복되는 날이 싫증나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 서게 되는 날.


각자 크고 작은 원을 그리다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고장 난 하루를 들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 그려지지 않은 호선의 길이를 견주며, 별거 아닌 각자의 불행을 아무렇지 않은 우스갯소리인 척 왁자지껄 웃고 떠들다 보면, 밝았던 창밖의 하늘은 어느새 어둑해져 있곤 한다.


그 시간이 되면 다시 반복될 하루에 대한 근심을 얼굴에 가득 띄우고, 아쉬움 가득한 이별 아래 기약 없는 재회를 깔아 그 위를 걸어간다.


나는 모두를 배웅하고 가장 늦게 자리를 떴다.


뭉근하게 남은, 들뜬 마음의 여운을 발꿈치에 담아 천천히 걷다 보면, 가라앉은 밤공기처럼 마음도 서서히 차분해진다.


동시에 이 걸음이 끝나면 성큼 다가올 달갑지 않은 내일에 대한 걱정이 마음의 빈자리를 스멀스멀 채워온다.


잠시라도 속도를 늦춰볼까 고민하며 더 느려진 걸음 앞에, 마침 빨간불로 변한 신호등이 보였다.


작은 행운 같은 타이밍에 웃음이 났다.


멈춰 선 걸음 위, 밤하늘에는 노랗게 익은 달이 가장 높은 곳에 떠 있었다.


나는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동그라미를 만들어 그 사이에 달을 집어넣어 보았다.


손으로 만든 찌그러진 원 안에 여섯으로 쪼개져 노란 꽃처럼 보이는 달이 소담하게 피어났다.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흐린 눈의 세상에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이 저 멀리에 있었다.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나의 고장 난 하루가 내 손 안에서 어리숙하게나마 만들어진 것 같았다.


나는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어쩌면 생각보다 내일을 잘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디선가 퐁퐁 솟아올랐다.


이전 18화동네길(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