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길(3)

폐철길

by 별의 여백

사소한 일탈도 낭만과 추억이 되던 시절.


미약한 죄책감이 담긴 무거운 책가방을 한쪽에 던져두고 잠시나마 가볍게 학교 밖을 누비던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의 일탈은 겨우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치는 정도의 것이었다.


그 사소한 행위에도 얼마나 심장이 떨렸던지.


우리는 정해진 경로를 이미 이탈하고 나서도, 행여나 레일 밖으로 벗어나게 될까 폐철길 위를 바지런히 걸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낡은 침목 위를 징검다리 건너듯 폴짝거리며 나누던 소소한 미래의 이야기들.


반짝거리는 목소리로 반듯하게 다져진 길을 밟아가는 친구를 따라 나도 발을 뻗었으나, 내 발은 나무 사이 자갈로 빠지기 십상이었다.


친구는 침목 위에, 나는 자갈 위에.


깔창 아래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바닥이 신경 쓰여 자꾸만 아래를 내려다보는 나와는 달리, 친구는 어느덧 선명히 보이는 길의 끝을 바라보며 종알종알 재잘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친구를 보며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이 레일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결국 같은 곳에 닿게 되지 않을까?


막연한 불편함을 애써 꿀꺽 삼켜 내리다 보면 순식간에 철길의 끝에 닿게 되었고, 우린 그 끝에서 잠시 미적거리다 서로를 등지고 헤어지곤 했다.


오랜만에 그 철길이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잡초가 무성했던 폐철길 주변은 정돈되어 멀끔해졌으나, 철길 자체에는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늘어있었다.


나는 오래된 철길의 끝에서부터 어린 내가 걸었던 방향을 거슬러 걸었다.


낡은 비디오의 마그네틱 테이프처럼 늘어진 레일 위로, 맘껏 꿈을 꾸고 불안해했던 어린 우리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레일 밖에서 보는 어린 나의 잔상은, 행여라도 레일 밖으로 발이 뻗어 나갈까 노심초사하는 듯했다.


그 잔상 옆으로 작은 샛길이 보였다.


그때도 있었던 길일까? 미처 알지 못하던 길이었다.


나무 사이로 난, 울퉁불퉁하지 않은 평평한 흙길 너머로는 쭉 이어진 기다란 산책로가 있었다.


철길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발아래에만 시선을 두던 아이는, 방황으로 점철된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뒤에야 철길 밖에도 다른 길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고집스럽게 레일 안쪽을 걷던 예전의 내가 조금 야속해졌다.


할 수 있다면 억지로 자갈 위를 걷던 어린 나에게 저 샛길의 존재를 일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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