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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희 Dec 22. 2020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소망

부족하지만 성장시키는 장이 필요한 단 한 사람 여기 있어요 

# 아무것도 모르면서 글을 쓴다고 했으니, 참 부끄럽다



  브런치 작가의 기회를 이번에도 얻지 못했다. 6번째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기회를 주지 않는 브런치 팀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아니 내가 적절하게 썼는지 내 글을 점검해보았다. 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려니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한두 번도 아닌 것에 멈춘 마음은 번득 내가 ‘사태 파악을 안 하고 있었구나’라는 문장이 밀려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생각할수록 ‘아하,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 미련하다 싶었다. 다시 책상에 앉아 작가 신청란을 열어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눈앞에 두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떨리는 가슴에 심호흡을 했다. 무엇부터 어떻게 점검을 해야 하나 고민을 안고 내 글을 다시 보았다. 난감함에 막연한 사태 파악을 할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단서를 찾아 나서야 해결책도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처음은 평소에 써놓은 시로 신청했다가 탈락해서 화가 났다. ‘어… 이게 뭐지?.....’ 브런치 작가 서랍에 있는 것을 모두 삭제하고 홈페이지를 나와 버렸다. 화나는 이유가 무얼까 들여다봤다. 탈락할 수도 있는데 어찌 이리 화를 내는가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마음을 가라 앉히려 애를 썼다. 며칠을 두고 마음을 들여다보다 인정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이 올라왔다. 서운함의 마음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심호흡하며 또 들어가 봤다. 내 시에 대해 공감받지 못했다는 평가의 느낌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았다. 


브런치의 기회를 얻지 못한 것만이 아닌, 나의 삶에서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유로움을 갖기 위해 몇 년을 공 들였다. 그럼에도  따라다니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브런치를 다시 들어가는 것은 힘들었다. 그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더 필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5개월 이상을 브런치를 잊고 있었다. 사실 아주 잊은 것은 아니었다. 카카오 메시지가 날아오기에 그 글을 시간 나는 대로 읽어 보기도 하고 가끔 들어가 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불편한 마음과 쓰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하면서 술술 읽히는 브런치 글이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 쓰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자세가 안되었구나


나름대로 용기를 내어 다시 마음먹고 주제를 잡고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의 글을 써 신청했지만 두 번째 도전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세 번째는 그러려니 했다. 두세 번 떨어지고 나니 무감각해졌는지 쓰다 보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대하지 않고 네 번째 도전했다. 보기 좋게 안 되자 약간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름 글을 고치고 했는데 안되었다는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주제 선정이 식상한가? 나의 경험의 글이 독자는 받아들이기 너무 힘든 개인적 내용이라 그런가?  어휘들만 나열한 것 같은가? 무엇 때문인지 이제는 더 헷갈리었다. 


그래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순간순간 떠오를 때마다 내가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시간으로 달래며 지냈다. 그것을 어떻게 찾아내 써 내려갈 것인가를 끙끙거렸다. 그 씨름 한 구석에서는 ‘중요한 시험이 있잖아, 업무가 많았잖아, 연수도 들어야 하잖아’하는 변명거리가 들썩들썩 내 마음을 떠돌았다. 아!, 욕심이 불러온 결과였구나!


집중하지 못했다는 결론 나니 마음이 한 결 편해졌다. 내 글을 그동안 솔직하고 진실하게 쓰고 있다는 착각 속에 ‘그냥 쓰면 된다’ 열정만 있었던 것. 그 막연함으로 쓰고는 기회를 계속 잡지 못한 불편한 마음에서 답답한 마음으로 바꿔 나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문제가 보이지 않았으니 나 스스로 그 문제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었다.


 어떤 자세로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내 시선으로 보았으니 나 자신이 보기에는 완전한 글이라 본 것이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마음으로 내 글을 좀 더 들여다보니,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지 않은 것이 있고, 때로는 단어 선택만 달랐지 내용이 중복되는 글도 있었다. 쏟아내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저기 흩어놓은 주어 목적어를 끌어모아 연결하려니 내가 전하고자 하는 글이 어떻게 전개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졌다. 나 자신이 읽어 보니 이러한데, 나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더욱이, 독자가 보면 뚝뚝 끊어지고 생뚱맞은 이야기를 어찌 읽어 낼 수 있었겠는가?


막연하게 쓰고 있었던 나 자신이 발견되자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답답한 것 이상으로 브런치 운영자들도 안타까워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하고 싶은, 쓰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았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전달이 안됨을 기다려 주는 것이라 생각 들었다. 내 마음이 녹아내렸다. 브런치가 안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준비가 안되어서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


-   약하지만 꺾이지 않은 삶  -


#  말 잘하는 것과 달리 글 쓰는 것은 왕 초보다


브런치 작가의 진입 장벽에 부딪치면서 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듣는 사람이었다. 내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말을 잘 듣기 위해 책을 읽었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한 일이었다. 상대가 하고 있는 것을 지지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에, 용기를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내 분야에서는 잘하고 있다고 자부심이 있었다. 그 자부심을 자존감으로 키우고 싶었다. 


타인의 마음을 듣는 것에서 나 자신의 마음을 듣기 위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동안 쌓아 두었던 자부심을 자신감으로 끌어들여 글을 써 보았다. 열정은 글 쓰기 위한 요소 중의 한 가지에 불과하였다. 글을 써보니 읽는 것과 말하는 것이 다르고 쓰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말을 잘하면 말하는 것 그대로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의 거품이 빠지는 순간을 제대로 보게 해 준 자연스러운 장이 되었다. 말하는 것은 떠오르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글은 써 놓고 말이 되는지 읽어보고 고칠 수 도 있고 바뀔 수도 있는 과정이 있다는 차이를 알았다. 


이제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간절한 마음에 쉽게 접 할 수 있는 인터넷을 찾아보기로 했다. 글 잘 쓰는 법을 키워드를 치고 유튜브 강의를 찾다가 다독다독 채널에서 듣게 된 ‘나는 말하듯이 글을 쓴다’라는 저자 강원국 작가의 말이 와 닿았다. 말과 글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 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글을 써야 하고 글을 잘 써야 말하기가 잘 되는 것이라 했다. 이 말이 매우 반가워 뜨겁게 공감하였다. 내가 말로 사람들을 도왔던 것을 글을 통해 돕고 싶은 것과 일치함을 확인하게 해 준 영상이었다. 덕분에 내가 그동안 글을 쓰려는 이유를 뭉뚱그려 머리로 갖고 있던 것을 글과 말이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정리되도록 때맞추어 찾은 셈이다. 


용기가 생겼다. 강원국 작가의 말에 나를 비춰보았다. 나의 직업인 상담자는 주제를 정할 수는 없다. 상담받으러 온 사람의 목표만 있을 뿐이다.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의 감정과 내용에 따라 다르기에 상대의 상황에 따라가야 한다. 내 마음을 빼야 가능한 일이었다. 내 마음을 빼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내 글을 쓸 때 자꾸 사실만을 쓰려했다는 것이다.  생각만을 쏟아 냈으니 둥둥 떠다니는 글이 되었다.


문제를 파악했으니 제대로 글을 쓰려면 글감이 필요하고 시간을 들여 써 보는 게 답인 것 같았다. 엉덩이 붙이고 쓸 자세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감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우선은 될 것 같다. 문어체를 구어체로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고, 자기를 묘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생각으로 글을 써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거기에 문장연결에 대한 미숙함, 글의 구성력도 엉망이니 퇴고를 부지런히 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이글도 부족한 점이 분명 많을 것이다. 그래도 또 써 내려가 볼 것이다. 나는 글쓰기 왕 초보니까. 조금씩 성장하는 내 글을 보게 될 것이니까. 기죽지 말고 부끄러워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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