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길목에서
욕심이 내 마음을 흩어놓았다.
학창 시절부터 꿈꾸었던 희망이었다. 글 쓰는 작가로 치유 시인으로 삶에 황혼이 들면 이름을 내고 싶었다. 1년 전 시인의 길에 들어섰고, 자신감을 얻어 여러 번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로 마음껏 장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기회를 얻고 나니 의기 충전하여 잘 쓰게 된다면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렘이 일을 키운 것이었다.
야심 찬 나의 마음은 작가 초보 이건만 준비가 덜 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내게 글 쓰는 일은 감정에 휘말려 마음이 답답하고 외로울 때 끄적거렸던 외침이었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 속삭이듯 마음껏 펼치었던 일이었다.
그동안은 다듬고 다듬어 글을 정리하여 마침표를 찍고 나면 흐뭇했던 것에 만족했던 나였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되었고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뿐이었다.
독자가 생기었다는 것이지 달라진 것은 없을 거였다.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여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랬던 내가 다른 사람들의 공감에 신경을 쓰고 내 글 구석구석 나열되는 단어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내 글을 읽은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전달되는 것이면 될 터인데 멋지게 써지지 않은 것에 마음이 쓰였다. 글감이 떠올라 신나게 쓰고 나서 읽어보면 내가 쓴 글 정도는 누구나 쓰는 듯하였다. 누구나 있을 만한 경험들이고 감정들이라 생각 드니 사람 마음 깊이를 이해하기는 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골몰하니 글 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길을 끄는 글로 채택되어 작가들에게 소문도 나고, 출간 제안도 받는 글이 되기를 상상하며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눌려 글이 산만해지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하루하루 마음에 갈등이 생기면서도 그토록 바라던 바라 나도 모르게 글감이 떠올라 작가 서랍에 써 놓고 발행하려는 손은 멈칫하여 생각으로 치닫았다. " '좋아요'를 많이 받지 못하면 어쩌지", '관심을 끌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반응이 없을 것에 대한 초라함에 나 자신을 평가절하하며 써 놓은 글이 하찮은 것 같았다. '내놓으라' 할 좋은 글들이 수두룩하니 내 글이 눈에 들어올 리 없을 거라 생각 들자 주눅이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하였다. 떨어진 자신감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나면 밋밋한 내 글이 작가로 내놓기에는 부끄러워 잘 쓸 재주를 생각하느라 글을 쓰지 못했다.
멈추어야 보인다 했던가 글을 올리지 않고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내 마음을 찾았다.
나는 잘 쓰는 글은 아니다. 잘 쓰고 싶어서 버둥대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글에 무리하는 힘을 빼는 것과 배우는 것이 필요하고 나 자신의 온전한 의식이 중요함을 놓치었다. 그 과정들을 독자들은 잘한다 못한다로 보지 않고 바라봐 줄 것이라는 믿음을 놓치었다.
나 자신에게 만족한 글이면 되었다.
내 마음의 깊이만큼 솔직하고 편안하게 알아차린 감정들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표현하면 된다.
나는 유명한 작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하고 나는 여기서 소통을 즐기면 된다.
내 마음을 펼쳐놓을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서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만큼 성장하면 된다.
이제 시작임을 놓지 않고 정성을 다해 다른 사람에게 인상 찌푸리지 않는 글이면 될 것이라 추스르며 유명한 작가 환영의 박수소리를 듣고자 했던 마음의 기대치를 내려놓는다.
브런치 작가 운영진에게서도 글이 올라오지 않음에 격려 메시지를 받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다시금 용기 내어 내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인사드린다.
기다려 주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