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가 아버지처럼 느껴워서 어렵고 두렵다면
'부장님은 가끔 군대 선임 같아서 어려울 때가 있어'
'대리님은 나 대학교 때 친했던 형 같아 보여서 편하게 대할 수 있어서 좋아'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들을 만날 때 과거의 어떤 사람과 비교할 때가 있습니다.
무서웠던 군대 선임 같은 부장님, 대학시절 친했던 형 같은 대리, 편한 친구같은 동기.
저 역시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분이 대학교 동아리 시절 친했던 분과 느낌이 비슷해서 처음부터 편안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편안한 느낌을 받았기에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타인을 보며 과거의 인물에게 느꼈던 감정을 느끼는 것을 정신분석학에서는 '전이 감정'이라고 합니다.
전이 감정이 긍정적일 때는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고 편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이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관계를 맺게 되면 부정적인 경험을 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처음엔 전이 감정으로 인해 긍정적으로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인물과 좋은 유대가 있었다면 현재 만나는 사람에게도 유대를 느끼게 되고 기대가 높아지게 됩니다. 문제는 현재 인물이 과거 인물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높아진 기대와는 달리 현재 인물은 유대가 전혀 없다는 듯이 행동하게 될 것이고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서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작부터 부정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직장 상사를 보며 부정적인 관계였던 군대 선임을 떠올리게 된다면 상사가 하는 모든 말이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실제 관계보다 더 좋지 않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내가 전이 감정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틀어진 관계를 맺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전이 감정을 느끼며 사람을 싫어하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전이 감정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정신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전이 감정이 어린 시절 경험한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어린시절 권위적이고 억압하는 아버지를 두려워했다면 다른 남자 성인에게 비슷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과거를 탐색하며 자신이 어떤 대상에게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중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전이 감정 역시 무의식 안에 있는 감정입니다. 과거에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이론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프로이트의 통찰이 과학적 근거를 얻게 되었습니다.
운전을 할 때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게 되면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됩니다. 이때 인지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무의식'이 100% 발휘되는 것이죠. 뇌과학자들은 인지보다 본능이 먼저 발휘하는 상황이 편도체로 인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편도체는 우리의 감정을 주관하는 뇌의 기관 중 하나입니다. 우리의 인지를 담당하는 피질과는 다른 기관이죠. 편도체는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의 반응을 피질보다 먼저 받아들이게 됩니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도 피질(인지)단계를 거치지 않고 편도체에서 반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보며 전이 감정을 느끼는 것은 피질 수준의 반응이 아닌 편도체 수준의 반응입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느끼는 것이죠. 인지 수준으로 간다면 '아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지'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편도체의 강렬한 감정 반응으로 인해 감정과 인지를 구별하지 못하게 됩니다. 심지어 교감신경과 연결된 편도체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몸이 경직되는 신체반응도 함께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로 믿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전이 감정을 인식하고 극복해내기는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무서운 직장 상사가 두려웠던 아버지가 아닌 것을 인지적으로 알아낸다고 해도 감정적, 신체적으로 이미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극복하기가 어렵죠.
물론 극복하지 못할 상황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기억을 털어내고 지금 - 여기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과거에 아버지를 두려워했던 나는 힘없는 어린아이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힘없는 어린아이가 아닌 어엿한 성인입니다. 직장생활을 해낼 수 있는 건강한 성인이죠. 여전히 몇십년전 과거에 머물러 아버지와 비슷한 성인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현재 아버지가 진짜 무서운 사람인가? 나는 아버지가 진짜 무섭나?'라고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과거 아버지를 두려워했다면 현재 서먹한 관계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버지와 대화를 시도하며 친밀해질 필요도 있겠죠.
만약 자신이 생각하는 타인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만약 그 사람이 앞에 있다면 현재 성장한 나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과거에는 무서워하고 어려웠던 그 사람이 현재 성장한 나에게는 별 것 아닌 두려움일 수 있습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싫거나 좋은 사람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과거의 나의 관계를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과거의 인물을 현재 인물과 동일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고민을 하며 과거에 매달리기 보다는 지금 - 여기 현재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