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표현과 우울증의 관계

by 북싸커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따라 슈퍼마켓에 갔습니다.

슈퍼마켓 옆에서 닭강정을 팔고 있었는데

먹고 싶은 마음에 계속해서 닭강정 쪽을 쳐다보며 서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어머니가 눈치채주길 바랐었죠.

하지만 어머니는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 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지만

닭강정을 먹지 못했다는 마음에 굉장히 속상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렇듯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감정이 상하거나 화가 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이런 '자기표현'이 지속적으로 억압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기표현과 우울의 관계를 연구한 학자들은 정말 많습니다.

논문을 찾아보면 대부분의 결과는 비슷합니다.




자기표현 수준이 높을수록 우울감은 낮고,

자기표현 수준이 낮을수록 우울감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걸까요?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자기표현'에 대해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자기표현은 자신의 욕구, 권리를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타인의 권리도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반면 자기표현적이지 않은 것은

자신의 욕구나 권리를 '부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죠.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아예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상황과 상대방에 맞게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A와 B가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해봅시다.

몇시간 째 걸어다니는 통에 B는 지쳐서 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진짜 많이 걸었다, 벌써 4시간 째야'

B는 4시간이나 걸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쉬고 싶다'는 욕구를 돌려서 표현하게 됩니다.

하지만 A는 워낙 걷는 것을 좋아했기에 별 반응이 없죠.

'어 그러네? 해지기 전까지 더 놀아야겠다'

이 상황에서 B는 어떤 감정이 떠오를까요?

아마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A에게 서운함, 답답함을

느낄 것입니다.





단순히 '돌려 말하기'가 부적절한 표현의 전부는 아닙니다.

다른 상황을 하나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A와 B와 C가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A와 B가 은근히 C에게 장난을 치죠.

듣던 중 화가 난 C는 대뜸 소리를 지릅니다.

분위기가 싸해지고 결국 셋은 자리를 파하게 되죠.

사실 잘못은 사람을 놀린 A와 B가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잘못은 C가 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C는 장난도 못받아주고 화내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만약 C가 적절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타인의 권리도 존중했다면,

A와 B도 C의 불편한 마음을 인지하고 더이상 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절하게 자기표현을 하지 못함으로

셋의 관계도 틀어지고

C는 자신을 '나는 화만 내는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적절하게 자기표현을

하지 못할 때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심한 수준으로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며

우울감에 빠져 지내기도 하죠.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첫번째는 사회적 기술의 부족입니다.

본인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 괜찮아'를 입에 달고 살다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 욕구를 표현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죠.




두번째는 과거의 경험입니다.

'치킨'이 먹고 싶은데 '치킨 먹고 싶다'로 표현하지 않고

'와 치킨 진짜 맛있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렸을 때 집이 너무 가난해서

먹고 싶다는 얘기를 잘 하지 못했거나,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먹고 싶은 걸 솔직하게 얘기하면 절대 안돼' 라는

비합리적 신념이 형성될 수 있죠.




마지막으로는 '완벽주의'입니다.

국내외에서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연구된 것 중 하나가

'완벽주의적 자기제시'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욕구가 너무 강해진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자신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완벽하게 자신을 보이려고 하기도 합니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고 결함을 보여선 안돼'라는

비합리적 신념이 형성되게 되고,

타인의 부탁을 다 받아주는 'YES 맨'이 되거나

싫은 소리, 힘든 감정 등은 아예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자신의 감정, 욕구를 완전히 배제해버리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은 '자녀'에게 완벽하게 보이고자

부부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살아갔다고 합니다.

감정이 상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산 것이죠.

하지만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겠죠.

결국 이후엔 폭발하거나 속이 썩어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살아가게 된다면

'불안', '우울' 등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적절하게 나를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하죠.

그렇다면 어떻게 나를 건강하게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첫번째는 '나 전달법'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내 감정은 내 것이다'라는 전제로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니가 그런 말을 하니까 내가 기분이 나빠'라고

말하는 것은 '너'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자신을 표현한다면 '타인의 권리'는 존중하지 않는 것이죠.

그렇기에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감정이 상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책임을 '내'가 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하죠.

이처럼 '나 전달법'은 나와 타인을 모두 존중할 수 있는 소통법입니다.




다음은 거절하기입니다.

사실 거절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싫은 감정을 느꼈을 때

적절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불편한 감정이

오래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연습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분이 쉽게 거절을 연습하는 방법을 알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구매한 뒤

'죄송한데 이거 물건 하나 바꿀게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알바생한텐 죄송하지만,

실생활에서 거절하는 것을 연습하는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두 가지 방법만 연습해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나 전달법'의 경우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저 방법이 진짜 괜찮을까?'

실제로 저는 '나 전달법'을 통해 와이프와 대화도 많이 했고,

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종종 활용을 했습니다.

'나 전달법'으로 감정을 표현했을 때

기분 상해 하는 사람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바로 쓰기는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

몇 가지를 생각해본 뒤

내가 느낀 감정 - 객관적인 상황을 정리하여

적어보는 것부터 연습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거나

나 혹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우울감,

심하면 우울증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내 현재 상태를 돌아보며

쌓여 있는 감정은 없는지,

적절히 나를 표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표현방법을 연습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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