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은 거의 싸우지 않으셨습니다.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본 것은 21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화내는 일이 전혀 없던 아버지가 어머니께 화를 내며
선풍기를 바닥으로 내리친 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21살이면 이미 성인인 나이었고, 일시적인 상황이었지만
태어나서 가장 불안하고 어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렇듯 부모의 다툼, 갈등은 자녀들에게
큰 트라우마,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부모님의 '이혼'은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부모의 이혼이 자녀들에게 부정적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왜 그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녀들은 이혼으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자아에도 큰 타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수 있게 됩니다.
일반 가정의 자녀들의 평소 스트레스가 5~10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혼자녀 가정은 기본 스트레스가 2~3배에 달하는 것이죠.
작은 일에도 과하게 반응을 할 수도 있고,
스트레스로 인해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는 폭력, 중독 등의 외현화 문제로
나타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우울, 불안, 위축 등의 내현화 문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실 외현화 문제 보다는 내현화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외적으로 드러나게 되면 상담을 받거나
교사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개선될 가능성이 생기죠.
하지만 내현화 문제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혼자서 문제를 끝까지 가져가고,
심한 경우 자해나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이혼가정의 자녀들이 다 부적응을
겪으면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적응을 하게 되죠.
누군가는 부모의 이혼 후 1~2년만에 극복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성인이 된 후에나 극복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적응 기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연구에서는 이혼 가정 자녀들과
일반 가정 자녀들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혼을 경험한 학생 209명, 경험하지 않은 209명의
학교생활 적응에 대해서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학교생활 적응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는
'사회적 지지'였습니다.
사회적 지지란 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긍정적 자원을 말합니다.
관심, 도움, 인정, 격려 등을 말하죠.
이혼하지 않은 가정은 최소 2명의 사회적 지지체계가 있습니다.
반면 이혼가정은 편모, 편부 1명 밖에 없죠.
지지체계의 시작이 다르다보니
건강한 발달, 사회적 적응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나 혼자서도 잘 키워낼 수 있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며 자녀를 기르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경제활동까지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먹고사는 것이 버겁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자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밖에 없죠.
이혼가정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지지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이 낮고,
사회적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혼가정의 경우 부모가 1명 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적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사회적 지지는 내현화 문제와 관련성이 높다고 합니다.
결국 부모의 이혼은 자녀들의 우울이나 불안, 위축 등의
내현화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들은 부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힘들면 안돼'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통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혼은 단순히 '자녀가 힘들다' 수준이 아니라
평생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현화 문제를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담사는 이혼가정자녀에게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지지체계'입니다.
이런저런 기법을 사용해 내담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내담자의 감정을 수용해주고,
감정적, 정서적인 지지체계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내담자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고,
인정해주며, 격려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죠.
또한, 내담자가 억압된 감정을 지금 - 여기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내면의 미해결된 감정을 접촉하고
이혼에 대한 불안, 걱정, 두려움 등을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하죠.
10년전 저는 성인이었음에도
부모님의 갈등이 두렵고 불안했습니다.
그렇다면 중, 고등학생,
그리고 그보다 더 어린 초등학생, 미취학 아동들은
얼마나 두렵고 불안할까요?
사랑하는 자녀들이 불안함에 빠지길 바라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참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지지체계를 찾아나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