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일상의 기록 2025. 3월 셋째 주
남편이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서 우리는 Greensboro, NC를 떠나 새로운 도시로 향할 준비를 시작했다.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고 하던데, "21세기 이민자"라는 닉네임을 정해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이사를 가게 되다니… 차라리 좀 더 정적인 닉네임을 선택할 걸 그랬나 싶다.
아이의 학교 문제도 있고, 긴 휴가를 내기도 어려워 한 달 간격을 두고 이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주는 남편이 새로 계약한 집으로 첫 짐을 옮기는 날이었다. 우리가 향할 도시는 Knoxville, TN. 지금 사는 곳에서 310마일 떨어진 곳이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각자 차에 한 달 살이에 필요한 짐을 가득 싣고 출발했다.
점심쯤 집주인에게 열쇠를 받기로 되어 있어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났다. 그런데 출발과 동시에 라디오에서 심상치 않은 뉴스가 들려왔다. 중남부 지역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인해 정전과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내비게이션에는 강풍 주의보까지 떠 있었다. 집주인도 메시지를 보내 “이사 진행해도 괜찮겠냐”고 물어왔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아이와 먼저 출발했지만, NC를 지나 버지니아 쪽 산을 넘으려는 순간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아이는 평소 하지 않던 차멀미까지 시작했다.
출발 전에 준비한 보리차를 다 마셔버려 물이 필요하다고 보채는데, 조금 더 가서 쉬고 싶어 버티다가 결국 산중턱의 주유소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런데…
내 지갑을 놓고 왔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차멀미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달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이미 우리를 지나쳐 안개를 뚫고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운전면허증 없이 길을 계속 가는 건 무리였다. 더군다나 다음 날 아이와 단둘이 다시 돌아와야 했기에, 결국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남편을 다시 불러 주유소에서 차를 맞바꾸었다.
결국 나는 남편의 차를 타고 다시 110마일을 돌아가 지갑을 찾아온 후, 다시 310마일을 운전해야 했다.
총 530마일. 8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가족과 새집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한국처럼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있었다면…"
"한국이었다면, 면허증 없이도 어떻게든 됐을 텐데…"
"한국이었다면…"
하지만 1시간 반을 달려 집으로 돌아가 지갑을 찾았을 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3시간 동안 220마일을 달리는 동안 경찰에 걸리지 않았던 것도,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다시 310마일을 달려 도착했을 때, 아침에 짙게 깔려 있던 안개가 걷히고 무사히 가족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오늘 하루도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