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클럽활동

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아이 성장일기)

아이가 축구 클럽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되었다.
8월 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주 주말마다 녹스빌 주변의 다른 클럽들과 리그전을 치르거나, 인근 소도시에서 열리는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처음엔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기대도 없이 시작했지만, 지난 3개월을 보내며 느꼈다.
“이건 미국이기에 가능한, 성장 과정에서 꼭 한번쯤 겪어야 할 좋은 경험이구나.”


이 시간 동안 아이는 축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했고,
‘공정한 룰 아래 친구들과 몸으로 부딪히며도 웃으며 경쟁하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노력 끝에 얻는 성취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인종, 나이, 생김새, 배경과 상관없이 ‘진짜 친구’를 얻었다.


미국에서 첫 이민 세대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레 한국식 가정교육의 영향을 받게 된다.
친구에게 양보하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무엇을 하기 전에 어른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
이런 태도들이 늘 ‘모범적’이라고 믿어왔다.

캘리포니아에 살 때는 그런 교육이 다양한 문화 속에서 예의 바르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였고, 나 역시 그것이 올바른 방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절 아이는 또래 미국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보다는 비슷한 아시아계 친구들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땐 단지 언어가 아직 한국어에 더 익숙해서, 비슷한 배경의 아이들과 편하게 지내는 거라고만 여겼다.


이후 백인이 대부분인 노스캐롤라이나로 옮겼을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학기 중간에 전학을 간 탓인지,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들 속에서 우리 아이는 늘 한 발 물러서거나 양보했다.
하지만 정작 아이는 “내 물건을 뺏어간다”거나 “Bully가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녹스빌의 초등학교에서도 아이는 여전히 ‘하고 싶어도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가 축구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늘 “그럴수록 양보해 봐”, “네 기분을 솔직하게 말해 봐”, “그럼 친구가 더 잘해줄 거야”라며 달래왔다.


하지만 첫 경기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스트라이커로 나선 아이는 공이 와도 주춤했고, 몸싸움은 피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을 양보했다.

경기 후 나는 결국 화를 냈다.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해? 이기고 싶은 생각 없어? 팀 친구들은 저렇게 부딪히며 공을 차지하는데 왜 그래?”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내가 한 말은 그동안 아이에게 해온 말들과 완전히 반대였다.
늘 양보하라, 배려하라 하던 부모가 처음으로 “부딪혀 봐, 네가 먼저 해 봐”라고 말한 날이었다.

그다음 경기에서 아이는 달라졌다.
공이 오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고, 몸싸움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 주가 지나고 또 다음 주가 지나면서, 아이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팀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Oak Ridge에서 열린 Secret Tournament에서,
비록 4팀이 참가한 작은 대회였지만, 늘 리그전에서 지던 우리 팀은 처음으로 우승을 했다.

경기 후 주차장에서 메달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순간,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했는데, 아이는 팀원들이 올 때마다 큰 소리로 친구들을 부르고, 함께 웃고 떠들며
그 속에서 완전히 녹아 있었다.

늘 ‘이방인’이라 생각했기에 걱정이 많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그건 내 시선에서만 본, 잘못된 걱정이었다는 것을...


며칠 전, 연습 시간에 늦을까 봐 급히 차를 몰고 가는데 아이의 말이 내 마음을 멈추게 했다.

“엄마, 난 그냥 재미로 축구하는 게 아니에요. 난 이기고 싶고, 우승하고 싶고,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연습에 늦는 게 싫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여섯 살 때, 저렇게 간절히 원했던 게 있었던가?, 그리고 그걸 위해 스스로 노력해본 적이 있었던가?


오늘도 아이는 나의 걱정과 다르게 잘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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