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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깊은 라이벌 의식

by 최후의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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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4개의 나라로 이루어졌다. 외국인들은 이 4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라이벌의식을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 이 라이벌의식은 특히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사이에 강하다. 내가 영국에서 잉글랜드 친구와 길은 걷다가 동전 하나를 발견하고 “주워”라고 하자 그 친구 하는 말, “이런 것은 Scottish나 줍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며칠 후 이 이야기를 한 스코틀랜드 친구에게 웃으면서 전하자 그 친구는 보통 화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이 나라 사람들의 라이벌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곤 했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이 두 자존심 강한 나라는 자기들만의 특성이 있었다. 오늘날 이 차이는 스포츠를 통해서 표현된다. 어떤 스포츠 경기이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맞붙으면 강력한 경쟁이 뿜어난다. 스코틀랜드 친구에 따르면 이러한 것은 영국 언론이 잉글랜드에 편향적이라는 사실에도 크게 기인한다. 잉글랜드가 승리하면 요란하게 떠들어 대지만 다른 세 나라가 승리하면 과소평가 된다는 것이다. 둘 사이 경쟁이 아니더라도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스포츠에서 잉글랜드와 맞붙는 나라를 응원해왔다. 잉글랜드가 패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아주 대단한 것이다.


이러한 라이벌의식은 약간은 약자의식에서도 나오는 것도 같다.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가 자신들을 스스로 약체로 평가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작은 나라는 이웃 큰 나라가 가끔은 제대로 코피 한번 터지는 것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라이벌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과 스코틀랜드가 축구를 하면 잉글랜드 사람은 모두 한국을 응원한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는다. 스코틀랜드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잉글랜드가 느끼는 만족감도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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