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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기엔 너무 이른 봄날

by 슈르빠

아이유가 관식에게 속아서 결혼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작가에게 속았다.


유튜버들은 모니터 앞에서 눈물을 쏟는 시청자들의 리액션을 전한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눈물 그 자체가 말해준다. 무대장치가 다르고 대본이 달라도 자신도 그 비슷한 인생을 살았거나 살고 있어서일 거다.


화면 뒤에는 또 다른 사람들도 있다. 기차 바퀴처럼 쉼 없이 굴러가는 당장의 현실에 과거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갑자기 밀어닥친 고난의 홍수에 넋을 놓은 사람들도 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 싫은 사람도 있다.


그들이 화면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엔 아직 이르다. 그들에겐 어떻게든 희망을 부여잡고 지난 가을 심은 씨앗이 싹 틔우기를 기다려 쟁기질하는 일이 급하다.


그래서 봄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온다. 서럽지만 아프지 않게 되기까지, 폭싹 속기까지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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