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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과 환희

by 슈르빠

어느 너튜브 채널에서 평생을 색약으로 살아온 아버지에게 가족들이 색각이상 보정 안경을 선물하는 장면을 보았다. 아버지는 안경을 쓰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의 모습에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울음을 터트렸다. 아버지에게는 잿빛으로만 보였던 세상에 오색찬란한 빛깔이 덧입혀지는 기적 같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될 때,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그 순간 우리는 아버지처럼 '그랬었구나!' 하고 탄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을 깨닫거나, 오해했던 관계가 풀리는 순간처럼 말이다. 그 눈물은 과거의 나를 향한 안타까움이자, 새로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나를 위한 축복의 눈물일 것이다.


우리에게 그 안경은 책일 수도 있고, 대화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고난의 광야를 지나며 고통 가운데 몸부림칠 때, 한 걸음 한 걸음 우리 곁을 지켜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잿빛 세상을 오색찬란한 세상으로 바꾸어 주는 진정한 안경이다.


"당신이 보는 세상은 정말 전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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