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못알듣'(못 알아듣는) 증상이 심했다.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
'불소치약, 충치 없는 불소치약, 불소옷~!'
하는 CM song이 유행한 적이 있다.
따라 부르고 싶은 욕구를 강열하게 자극하는 음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부를 수 없었다.
내게는 아무리 반복해서 들어도
'불도 치약, 정신없는 불도 치약, 불도옷~!'으로
들렸고, 뭐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이건 아니라는 것은 알았기 때문이었다.
목이 터져라 불러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있던 어느 날 적당한 기회가 왔다.
집 앞 돌담 길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다 싶어 깨금발로 돌담길을 뛰면서 마음껏 불도치약을 외쳐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담벼락 모퉁이를 도는 순간 동네 형이 떡하니 서있었다.
동네형이 어디까지 들었을지를 고민하며 나는 인생은 고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후 동네형을 필사적으로 피해 다녔다.
나의 못알듣 증상은 이후 전 세계인들이 사랑했던 '웬 다이아'는 물론 심수봉의 '외로운 병신' 등으로 이어졌다.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던' 그 사람은 '외로운 병신이 되어 기타를 쳐주었다'. 아닌 걸 알면서도 한번 그렇게 들리고 나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가 없다.
지하철 안내방송의
'This stop is 총칵, 총칵'을 들으면서 나는 또 총각김치를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