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문어가 살고 있습니다.

입국서류가 어려운 괌 비행, 첫 비행에서 실수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by 지니

미국비행을 가기 위해선 승무원들도 비자가 필요하다.

입사 후 미국비자를 받고 처음으로 괌 비행을 가게 된 아기 승무원시절 이야기다.


괌 비행은 꽤 난이도가 은 비행에 속한다.

승객 구성과 서비스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괌은 거의 어린이 동반 가족이 많다. 마나 많은지 쉽게 좌석 수로 이야기를 해보면

대략 200명 만석에 60명 정도가 CHD(어린이)로 구분되는 아이들 승객다.

뜨거운 식사나 음료를 건넬 때에도 주의를 요하고 좁은 아일을 언제 불쑥불쑥 튀어나와

뛰어다닐지 모르고 터블런스가 심할 때 화장실을 찾진 않는지 여러모로 긴장을 해야 한다.


또 괌에는 태교를 위한 임산부 승객분들도 많고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치고 신부화장으로 곧바로 온 신혼부부들도 많다.

그래서 비행기가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소음주의가 필수이다.

사실 것들 보다 극악 난이도로 높이는 건 바로 '서류서비스'다.


우리 항공사는 서류서비스를 착륙 2시간 전 배포 매뉴얼이다.

그 이유는 괌 서류가 꽤나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전부 영어로 작성해야 하고 비자면제서와 세관신고서, 둘 다 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펠링 하나 틀리면 전부 다시 작성해야 하고, 어린아이도 1장씩 필수로 작성해야 하고

특히나 세관신고서에 음식물 기재하는 것도 오래 걸린다.


승객의 가방에 문어가 살게 된 연유도 이 서류서비스 때문이다.


괌은 여행객으로 오는 승이 거의 대부분 이기 때문에 음식물 반입에 있어

세관신고서에 명확히 기재하면 생각보다 반입이 자유롭다.

그래서 세관신고품목란에 소지한 음식물을 전부 기입해야 한다.

그래서 이 서류서비스 시간만 되면, 영어시간이 된다.

"고추장이 영어로 뭐예요? "

"김이 영어로 뭐예요?"

"햇반은 영어로 뭐예요?"


그래서 나는 나의 첫 괌비행을 준비를 한 달 전부터 해왔다.

김 Seaweed, 고추장 Red pepper paste 거의 모든 한식을

바로바로 승객이 물어보면 말해줄 수 도록 다 암기했다.

이 서류시간이 오길 기다릴 정도 서류서비스에 혼자 진심이었다.

진짜 만발의 준비를 했었다.


드디어 이제 착륙 2시간 전 사무장이 객실조명을 밝게 켰다.

서류방송 틀고 승객들에게 서류를 시작했다.


역시 손님들이 고추장이 영어로 뭐냐고 정말 많이 물어보셨다.

자신 있게 대답을 해주며 완벽하게 서류서비스를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다 슬슬 마무리하러 갤리로 들어가려는데 콜 버튼도 없이 다급히

비행기 중간쯤에 얼굴을 내밀고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와 아이손님의 손짓이 보였다.

표정이 애매했는데 그 애매한 표정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불을 엄습하게 했다.


"필요하신 게 있을까요?"

"저기, 수하물에 있는 거 다 써야 하는 거죠..?"

"네, 다 적어주셔야 반입 가능하세요."


"저기 언니, 그럼.... 내 가방에 진미채가 있는데, 진미채.... 가 영어로 뭐예요?"

"아, 진미채요? 진미채.. 진미채.."


화물칸 가방에 진미채가 있다고 하시며 진미채를 영어로 물어보는 게 아닌가.

비행기에서 진미채라는 단어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순간이라

너무 당황해서 진미채.. 진미채.. 두 번 입 밖으로 대로 조아렸다.

진미채는! 내가 준비한 예상 한식 리스트에는 없는 메뉴였다.

하지만 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깐, 긴장한 티 내지 않기 위해 승객에 되물었다.


"진미채가 오징어인가요?"

"네, 그 반찬이에요."


"그럼, 옥토퍼스라고 적으면 될 것 같은데요?"

진미채라는 단어에, 적잖게 당황해 이미 달아난 나의 뇌는 문어와 오징어조차 헷갈려서 옥토퍼스라 말했다.

그랬더니 옆에 어린이 승객이 엄마한테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거봐 엄마 옥토퍼스 맞다니깐"

머니승객은 세관신고서 하단에 정직한 대문자로

OCTOPUS 대문짝만 하게 그냥 '문어'라고 적었다.


그리고 나선 그 자리를 황급하게 피하고 갤리로 도망 왔다.

그러곤 진미채가 영어로 뭔지 몰라서 혼날까 봐 사무장님에게 말씀도 못 드리고

비행기를 내렸고 호텔에 도착해서 잠들기 직전까지 생각했다.


너무 정직하게 그냥 '문어'라고 적어서 생문어를 반입하는 줄 알고

세관검사할 때 문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손님 가방 다 들춰보고 검사하 어쩌지..


어떡하지... OCTOPUS... 옥토퍼스.... 잠을 못 잤다.

그리고 진미채는 영어로 Dried squize입니다.


그렇게 그 승객 가방에는 어쩌다 보니 문가 살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무탈히 세관을 지나셨기를...

(영문과인 건 비밀로 하겠습니다.)





PS. 오늘도 글 읽으러 놀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슬슬 벌어지네요. 감기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음 글은 [택시는 운수업]입니다. 저의 출퇴근 시간은 오롯이 비행기에게 맞춰기 때문에

회사지원으로 택시를 많이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택시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다음 주에 재미난 글로 또 찾아오겠습니다. 이번 주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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