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많이 타면서 알게된 진실
지금은 아침 6시, 새벽에 일이 끝나 지친 몸을 이끌고 택시에 올랐다.
내가 캐리어를 끌고 있는지 캐리어가 나를 끌어주는지 몽롱한 아침이다.
승무원이 된 후 나는 택시를 정말 많이 타보게 되었다.
평소에는 탈 일이 없지만 스케줄 근무로 비행기의 출근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새벽 2시, 어느 날은 밤 11시에도 탄다. 시간은 정말 대중없다.
모두가 잠든 새벽 2시에 택시에 오르는 건 꽤나 비장하다.
야심한 밤 조용히 일어나 화장하고 수상한 큰 검정 캐리어를 끌고 또각또각 택시에 올라 잠든 한강을 따라
불 꺼진 아파트 사이를 달릴 때면 마치 잠복근무하러가는 비밀 요원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는 택시 아저씨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물론 아저씨들이 귀찮으실 수 있지만 오히려 내가 말을 걸 때도 있다.
하루를 꼬박 새고 퇴근하는 길인데도, 참 피곤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입만 살아있다.
나에겐 나이 지긋하신 택시 기사님들의 삶이 걸어 다니는 역사 같고
때론 이름도 모르는 아저씨들이 괜히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왠지 이상하게 택시 안이 꽤나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누군지 모르니 애써 좋은 사람이 되어 대답할 필요도 없으니 그저 오가는 대화가 참 편했다.
그래서 택시 안은 아늑한 토크쇼가 되기 아주 적절했다. 나는 MC, 아저씨는 게스트.
그러다 어느 날은 문뜩 택시 아저씨들의 비수기와 성수기가 궁금해졌다.
항공업은 여름과 겨울, 즉 방학시즌이 성수기이다. 그래서 대개 방학 시즌에 맞춰 스케줄이 확 늘어난다.
그래서 드디어 가장 온화한 뒤통수를 뽐내는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고 용기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저씨, 택시 일은 사계절 중에 어느 때가 제일 성수기라고 할 수 있나요? ”
물어보기 전부터 내가 생각한 답변의 논리는 이렇다.
많이 더울 때나 추울 때 사람들이 택시를 많이 타기 때문에
아마도 환경적으로 걷기 힘들 때 택시를 많이 이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50미터도 걷지 못해서 중간중간에 늘어선 가게에
살짝 들러 콧구멍에 에어컨 바람을 쐬어주고야 겨우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난 계절로 여름과 겨울이 제일 성수기로 바쁘실 것 같다고 어림짐작하고 물었었다.
그러더니 아저씨가 웃으면서 답했다.
“음... 오히려 택시는 운수업이잖아요, 그저 ‘운’에 맡겨져요 계절 상관없어요.”
겨울이려나 여름이려나 하며 호기심에 가볍게 여쭤본 질문이었지만
이상하게 대답을 듣고나니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아저씨의 생계를 그저 운에 맡긴다는 말이 가볍지만 꽤 단단해 보였다.
더 가지지 못할까 불안했던 내 삶은 그저 운에 몸을 싣지 못한 조급함이었을까.
우리 모두는 각자의 대단한 인생을 만들어 가느라 참 애쓰고 살아가는 것 같다.
대단하고 꽤 그럴싸한 서사가 있을 것 같은 우리 인생도 사실은 발길 닿는 대로 걷게 되고
마음 흐르는 대로 살아가게 되어있고 결국은 그저 운이 흐르는 대로가 아니였을까
그러자 지금까지 나의 크고 작은 고민들이 고속도로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택시 안에서
생각의 중력을 무시한 채 그대로 가벼이 여기저기로 떠다녔다.
이상하게도 아저씨와 대화로 묵은 체증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그날도 아저씨와의 짧은 토크쇼를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택시에서 내렸다.
“그래! 아저씨가 택시는 운수업 이랬잖아. 그래 역시 인생을 운이었어.
내일은 로또나 한 장 사볼까!
아니, 두 장! ”
PS. 글을 읽는다는 건 꽤나 신경을 써야하는 일 인데요.
제 글을 궁금해 해주시고 오늘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저녁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