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by 별빛단상

찬 바람이 불면 조개탕과 따끈한 어묵 같은 국물 음식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때를 함께하여 TV체널에도 관련 “조개탕 끓이는 법” 같은 유사 프로가 관심 대상이다.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졸업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친구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다.

“우리가 머리를 기르기 전에 스스로 돈을 버는 방법을 한번 체험해 보자!”

당시 우리는 두발 자유화 훨씬 이전 세대로, 일본풍의 제복에 까까머리를

하고 있었기에 어떤 옷을 입고,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학생이라는 구분이 명확하였기에 행동에 제약이

많았고 짧은 머리는 미성년자로써의 상징성이 강했다.

그러면서 규제나 통제가 엄격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성년이라는 보호의 벽이 엄연히 존재했다.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보호받은 미성년에서 어른으로 탈바꿈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기에, 여러 가지 함축된 의미 중에서 그러한 구도가 없어지기 전에

성인을 미리 체험하여 보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제안을 수락하고 다른 친구 한 명이 더해서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d-day를 정하고 오전에 수산물시장에 들려 홍합과 어묵을 구매하여

우물에서 홍합의 족사(홍합 입에 실처럼 삐죽 나온) 제거와, 쑤세미로 껍질을 닦아 정리하고, 껍질이 깨어진 홍합등 불순물을 골라낸 후, 물로 깨끗이 씻어 솥에 삶아 준비를 끝냈다.


처음 제안한 친구가 “원래 장사는 먹는 게 남은 거야!”하며, 한 그릇 시식을

권하여 함께 뜨거운 홍합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려 리어카를 끌고 번화가 골목에서

홍합장사를 시작하였다.


홍합장사는 대체적으로 주부들의 호응이 괜찮았다.

더러는 우리 또래의 아들을 둔 부모들이 격려차 사주기도 하였지만, 실제로 따뜻한 국물이 필요하였던

어느 분은 주변의 다른 전문 장사하는 사람들과의 비교로 엉망진창인 가격을 지적하기도 하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였다.

그것을 우리는 즉각 가격에 반영하여 수정하였다.


지금처럼 알바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시작은 호기심이었지만, 리어카를

끌고 나서는 순간 우리는 프로가 되어야 하였다는 것을 우리가 간과한 것이다.

진지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받고, 작고 큰일을 떠나, 세상사 모든 일을 진지하게 임 하여야 한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 그날의 교훈이자 선물이다.


그리고 영업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원금은 충분히 회수하고, 시작 전 맛뵈기로 배를 채운 것이 있었으니까 남는 장사를 하였다는 자체평가로

결론지은 것이다.


물론 우리의 노동에 대한 댓가를 계산에 산입하지 않은, 경제활동에 가장 중요한 재화 창출하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력의 댓가는 산정하지 않은, 순수 재료비만 구성 원가로 계산한 것이었기에, 각자 느끼는 것이

서로 다른 스스로 창출한 몫의 이익 개념을 남긴 사안이었던, 어린 시절 추억의 사진 한 컷이다.




전날 저녁, 뒤늦게 화이트칼라나 정신노동자를 함축하는 우리시대 소위 인텔리켄차(intelligentsia)들의 소유 로망인 만년필을 은퇴기념 선물로 받았다.

몇 달전 은퇴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안산에서 친구를 만나 낮에 술을 한잔하고

큰딸 부부의 도움을 받아 귀가하는 중에 큰사위가 “은퇴 기념으로 만년필이나, 볼펜중에 뭐를 선물하면 좋을까요?’ 하고 물어 왔을 때


”선물은 무슨! 이제 글씨 쓸일도 별일도 없을 텐데“하는 나의 말에

서명하는 곳에 가끔 사용하더라도 필기구를 선물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여


”그러면 만년필“ 하고는 몇 달이 지난 것을 큰딸 부부가 기억하였다가, 공항에서 만년필을 구매하여 늦은

시간임에도 선물을 가지고 집을 방문한 것이다.


잉크와 펜을 겪었던 우리 시대에 있어 최고의 선물!

parker 만년필 하면 그 이름과, 묵직한 중량감만큼이나 쓰임 용도에 중압감을 느끼지만

나의 바람만큼 유용한 것으로 쓰임 되길 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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