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送旧)하는 마음

by 별빛단상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을사년의 아침, 혼자 입속으로 중얼중얼 숫자를 세고 있는

나에게, 출근길 거울을 보며 아내가 무심하게 물었다.

”뭘 세고 있는 건데?“

”응! 금 년이 며칠이나 남아있나 하고 한번 세어 봤지!“

”오늘을 제외하면 꼭 일주일이 남은 셈이네“

내일이 X-mas 휴일이고 바로 주말을 보내면, 금 년을 거지반 다 보낸 셈이다.


시간 탓인지 노파심에 조심을 더 얹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불현듯이 나이로 인한 희망을 헤아려보는 것에 의미를 잃어가며, 눈에 보이는 것만을 집착하게 한다.

현재를 충족하려는 나의 행보가 스스로에게 그대로 우려와 걱정을 낳는 것이다.


언제인가부터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내와 딸들이 선물 나누기를 한다.

각자가 길게는 몇 달 전부터 준비하여, 꽁꽁 싸맨 공개하지 않은 선물을 이날 공개하며, 랜덤으로 나누는 회합을 갖는다.

각자 마음속으로 ”누구에게 꼭 맞는 맞춤 선물을 해야지!“혹은

”올겨울 엄마에게 장갑을 선물 해야지!“하는 각자 마음속으로 필요한 것을 셈하여 놓았다가 랜덤으로 뽑은

의외의 선물에 예기치 않은 웃음을 선사하고는 한다.


누구의 의도인지 모르나 남자들은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었고, 2년 전부터

고등학생인 손녀딸은 자격을 얻어 그들만의 팀에 합류하였다.

자기들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즐기는 기쁨에, 남자들은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인 듯 모두가 침묵 모드다.


복지회관에서 수강하던 캘리그라피와 민화의 강좌가 교육과정이 끝나 강의를 수료 하게되다.

두과목의 강의 과정을 모두 빠지지 않고 수강하여, 문외한이었던 내가 소정의 결과를 얻은 셈이어서

작게나마 그 분야에서 스스로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그래서, 을사년에 대한 스스로의 평점은 일단 유보하고자 한다.

그침과 쉼, 그리고 출발이 무던히 교차 되는 한 해를 보내며, 아직도 진행형임에 결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며칠 남지 않은 시간까지도, 끝나지 않은 퍼즐 하나까지 모아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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