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후회

by 한이

일식당에서는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다 보니 팁은 나쁘지 않게 나왔다. 하지만 팁을 받을 수 있는 테이블을 매니저님이 지정해 주셨다.


나는 주로 포장 주문을 받고 준비했는데 그러다 보니 팁은 별로 없었다. 내가 받는 팁은 가끔 지정받는 테이블에서 받는 것 이외에 매니저님이 용돈으로 던져주듯 받는 조금의 돈 뿐이었다.


조금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나름 친절하시다고 생각하며 빨리 적응해서 카페를 그만 둘 생각뿐이었다.


물론 매니저님이 일하는 중간중간 나에게 계속했던 이상한 말들이 있었다.


너는 참 곱게 자랐나 보구나. 손이 일을 안 한 손이네.

이런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하셨었다.


들을 때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팁이 조금이라도 있으니까 참았었다.


그런데 그 식당에서 일을 하던 어느 날, 아직은 적응 중이던 내가 배달에 나갈 밥을 푸고 있었다. 그런데 매니저님이 내가 푼 밥을 보더니 충격적인 말을 내뱉으셨다.


“그렇게 해서 시집가서 시어머니에게 사랑받겠니?”


나는 너무 충격받았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종류의 말이었다. 식당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끼고 일해야 했는데 덕분에 충격받아 굳은 얼굴을 가릴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근무시간이 저녁 9시 30분까지인데 손님을 그 시간까지 받았다. 그럼 그 뒷정리와 청소를 내가 해야 하는데 다 끝내고 나면 10시가 넘었다.


나는 항상 10시 넘어서 퇴근했다. 그래도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겠거니 생각하고 퇴근시간을 매번 휴대폰에 작성했다.


하지만 첫 주급을 받을 때 추가로 일한 시간은 지급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물어보니 매니저님이 한 말은 내가 제시간에 일을 다 끝내지 않은 것이니 당연히 돈을 줄 수 없다고 하셨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잃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임금체불인가 싶었다.


일단 감정과 생각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퇴근을 했다.


집 가는 길에 계속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불합리하고 간간이 듣던 한인 갑질인가 싶었다.


결론은 더 이상 이 일식당에서는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어머니에게 사랑받겠냐는 기분 나쁜 말도 참아가며 일했는데 일한 만큼의 돈을 안 받고는 근무할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바로 연락을 드렸다. 돈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고는 일을 못하겠다고 하니 별말 없이 마지막 체크를 받으러 오라고 하셨다.


생각보다 쉽게 수긍하셔서 의아했다. 그렇게 체크가 나오는 날 받으러 갔는데 또 한소리를 듣고 말았다.


우리가 얼마나 잘해준 줄 아냐며 이런데 어디 없다고 다른데 다 똑같다고 일 못하는 신입직원 받아줬더니 금방 그만둬버린다고 계속 잔소리를 하셨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 다시 볼 일이 없어 괜히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리고 일방적인 대화의 끝이 보이자마자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진짜 끝이라는 생각에 해방감이 들었다. 한동안 날 짓누르던 돌 하나가 치워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식당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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