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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 Jan 13. 2021

내 이름은 제인, 나를 기억하나요

『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도서 리뷰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색감의 일러스트, 

기분 좋게 단단한 재질과 로즈골드 톤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제목까지-,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잔뜩 일으키는 매력적인 책을 오랜만에 마주쳤다. 



『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책은 일반 책들보다 살짝 더 크고, 살짝 더 얇은 몸체를 자랑한다. 

널리 알려진 제인 에어 원작에 구예주 일러스트레이터의 서정적인 그림이 더해져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라는 타이틀이 떠오르는데, 표지 디자인 역시 일반 소설책과 유아 동화책, 딱 그 중간을 정확히 겨냥한 듯하다. 

책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해 몹시 공들여 만들어진 패키지라는 느낌. 



구예주 작가는 사람들이 고전에 좀 더 친숙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나는 고전 마니아임에도 불구, 두터운 분량과 깨알 같은 글씨, 무미건조한 표지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확실히 이 책은 고전이 지닌 특유의 중압감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듯하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읽어야 했던 등장인물들을 생생한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 역시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제인,
그런 어두운 감정이 너를 휘두르도록 내버려 두지 마.
가슴에 원한을 품고 잘못을 곱씹으며 살아가기에 인생은 너무 짧거든."



그는 몇 번이고 물었다.

"행복하오, 제인?"

그러면 나는 몇 번이고 대답했다.

"네, 행복해요." 



"나는 스스로 세상 누구보다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축복이다."



큼직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활자들과 매 페이지마다 삽입된 아름다운 그림들의 조화, 

약 160페이지의 짧은 분량으로도 원작 제인 에어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재현해낸다.

덕분에 어릴 적 읽은 이후 잊혀져 버렸던 제인의 치열한 삶의 여정이 다시 생생히 와 닿았다.



 마지막에 덧붙여진 작가 샬럿 브론테의 생애 역시 인상적인데, 

놀랄 정도로 제인 에어의 삶과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자신의 생애라는 집을 헐어 그 벽돌로 소설이라는 집을 짓는 사람이라는 

어느 유명한 작가의 말이 다시 한번 와 닿는 순간이다. 



올곧은 신념을 바탕으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제인 에어, 

2021년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여 그녀를 다시 마주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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