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 담백한 셰어하우스 Q&A
최근 많이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셰어하우스에 대한 이미지는 낯선 것인가 보다. "저 셰어하우스 살아요." 한마디에 쏟아지는 질문이 무궁무진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세어하우스에 대한 인식은 긍정보다 부정에 가깝다. 현재 셰어하우스 관리인이자 거주자로서, 접해본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봤다.
Q. 몇 명이, 어느 정도의 크기에 함께 사나요?
A. 2-30대의 여성 다섯 명이 20평대에서 함께 살아요. 저희 집이 조금 특별한 점은 터줏대감인 고양이 한 마리가 있어요..!
Q. 아파트? 주택인가요?
A. 저희 집은 신축 다세대주택 건물입니다. 요즘에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있는 셰어하우스도 많더라구요.
Q. 방은 각자 쓰나요? 화장실은 안 불편해요?
A. 1인실 1개, 2인실 2개 방은 총 3개에요. 화장실은 두 개인데 겹치는 시간이 없어 불편함을 느낀 적이 거의 없어요.
Q. 월세, 보증금은 어떻게 돼요?
A. 보편적인 쉐어하우스의 가격대가 20~60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지역이나 집의 수준, 몇인실인지에 따라 월세가 결정됩니다. 보증금은 대체로 월세 한두달 수준으로 받는 것 같아요.
Q. 휴지나 쌀 같은 건 매번 같이 장을 보나요?
A. 대부분 쉐어하우스에서는 휴지, 쌀, 세제, 조미료 등 공용 사용되는 품목을 관리비로 거둬 일괄 구매하고 있어요. 저희 집에서도 소량이 관리비를 매월 걷어(만원 가량) 관리자가 비품을 채워놓는답니다.
Q. 공과금은 어떻게 관리되나요?
A. 수도, 가스, 전기는 사용량이 매월 달라지기 때문의 거주자 수에 따라 1/n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각자 거주한 기간을 일수로 따져 정확히 분배합니다. 한 사람이 많이 사용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관리자가 주기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상기시키고 공과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풀옵션인가요? 제공되는 비품이 뭐가 있나요?
A. 각 방마다 침대, 책상, 옷장은 기본으로 있고 스탠드나 수납 상자, 전신 거울, 가방 걸이 등 소소하게 생활의 질을 올려주는 물건들도 포함되어 있어요. 공용 공간에는 혼자 자취 생활을 할 때 갖춰놓기 힘든 물건들이 많이 있는데요. 가령 거실에는 피아노, 통기타와 넓은 테이블이 있어 카페처럼 이용하고 복합기도 있어 인쇄/복사/스캔을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 세탁실에는 세탁기, 건조기가 있어 따로 옷을 말릴 필요가 없고 스팀 다리미와 보풀제거기도 사용 가능하답니다. 부엌에는 정수기, 전기주전자, 밥솥, 전자레인지, 믹서기, 에어프라이어 를 비롯해 다양한 식기류, 조리도구가 준비 되어 있어 즐겁게 요리를 할 수 있어요. 요가매트와 폼롤러, 아령, 케틀벨 등이 갖춰져 있어 간단한 홈트레이닝도 가능하답니다.
Q. 설거지를 미루는 사람은 없나요? 규칙이 정해져 있나요?
A. 네, 서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 정해져 있고 입주할 때 해당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다른 하우스메이트들에게 지속적인 불편을 끼치게 되면 퇴출당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지 받습니다. 다행히 모두 서로 배려하고 있기 때문에 설거지나 빨래, 화장실 이용 등 공동 생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답니다.
Q. 친구나 가족, 애인을 데려올 수 있나요?
A. 친구나 가족일 경우 모든 하우스메이트들에게 사전에 상세히(언제,왜,누구와,얼마나) 설명 후 동의를 구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데려올 수 없고, 동의 하에 데려왔다 하더라도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피해를 끼칠 경우 바로 퇴출 조치 됩니다. 애인의 경우 데려올 수 없는 게 원칙이고, 쉐어하우스에서 파티 등을 진행할 때 초대가 가능합니다.
Q. 각자 방에서 주로 지내나요? 아니면 같이 뭘 많이 하나요?
A. 사람 성향, 쉐어하우스의 분위기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저희 집의 경우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집중이 필요할 때는 방에 있지만 그 외의 시간은 거실의 테이블에서 함께 많이 어울려요. 시간이 맞으면 함께 저녁을 차려 먹고,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가끔은 술을 마시기도 하구요. 카페처럼 각자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따로 또 같이 개인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Q. 개인 물건을 남이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없나요?
A. 개인 공간(옷장, 책상 등)의 물건은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게 원칙이고 적발 시 퇴출 될 수 있습니다. 화장실이나 부엌 같은 공용 공간에는 개인 칸이 분배되어 있고요. 사실 냉장고 같은 경우 각자 부모님이 음식을 많이 보내주시기도 하고, 저녁을 함께 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칸은 분리되어 있지만 반찬, 재료 등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모두가 "빵 사왔으니까 갖다 먹어!" "냉장고에 귤 꺼내 먹어!" 하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Q.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죠?
A. 대부분 쉐어하우스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주 전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첫인상과 짧은 대화로 모든 것을 알기는 역부족이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만약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하우스메이트가 들어오게 된다면, 입주 계약서이 명시되어 있듯 그 분께 양해를 구하고 내보내야 하겠죠.
Q. 자취할 때에 비해 불편한 게 많지 않나요?
A.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혼자 사는 거에 질리기도 했고(참조* https://brunch.co.kr/@21jess/58) 원래 공동 생활을 선호하는 성향인 것 같아요. 그래도 물론 불편한 점은 있죠. 가장 아쉬운 건 씻은 다음에 벌거 벗고 나올 수 없다는 점...! 그 외에는 크게 불편한 걸 못 느끼고 살고 있어요.
Q. 셰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장점은 가장 큰 단점과도 맞닿아 있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 개인적으로 저는 좋은 순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가령 퇴근을 하고 지친 몸으로 돌아 왔는데, 현관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새어나오고 하메들이 활짝 웃으며 "고생했어, 언니! 얼른 밥 먹자."라며 반겨 줄 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별거 없는 하루를 조잘조잘 이야기할 때, 한 명이 힘든 일이 있으면 모두가 둘러 앉아 위로해주고 공감해 줄 때, 서로의 꿈과 미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응원해 줄 때... 거칠고 험난한 세상을 함께 나아가는 든든한 동지가 생긴 기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하우스메이트를 '친자매보다는 덜 얄밉고, 친구보다는 더 의지할 수 있는 사이' 라고 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