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해졌다. 마지막으로 온전한 내 글을 썼던 게 언제쯤이었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환경과 패턴이 바뀜에 따라 내 시간은 자연스레 소멸되었다. 간절했지만 애타게 간절하진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가을이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바람결에 기침이 잦아졌다. 항상 불안해했고 시간의 흐름에 내 몸을 흘러가게 두었지만 정작 부러진 나뭇가지에 걸려 아등바등할 뿐이었다. 와인을 좋아하여 몸에 생채기를 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비교된 이들에게서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살과 함께 글자도, 그리고 나 또한 그 속에서 사라져갔다.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곤함이 몰려왔다. 쉬고 싶진 않은데 적당한 피로를 맞는 게 여간 쉽지 않다.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은 소중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은 더 중요하다. 간격을 잴 수 있는 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난 가끔 자만하게 굴었다. 하지만 그다지 큰 문젯거리는 아니었다. 나와 환경 사이의 간격을 원하는 대로 맞추는 게 너무도 힘들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은 게 훨씬 더 큰 자만이자 무모하고 안일한 태도였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 또한 존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일방적인 호의나 사랑에 대한 의미는 분명 아니고 오로지 나와 나 사이에서만 공존하는 것일 뿐이다. 옷장을 열어 긴 옷을 만지작거려본다. 바람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