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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크 Mar 03. 2023

엄마의 모닝콜

Ep7 / Mommy is watching you.


야심한 밤.

잠에 들기 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오늘도 7시에 안 일어나면
나는 돼지가 아니라 돼야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오전 11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내가 돼야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보면 나는 프리랜서인 셈이고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 이 장점은 곧 치명적인 단점이 되는 바, 도무지 규칙적인 생활관리가 되지 않는다.


새벽 3시, 4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 들고 오전 10시, 11시에 다 돼서 일어나는 수면패턴은 고질적인 생활습관이다. 그러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접한 뒤 일찍 일어나는 삶의 놀라운 생산성에 감화되었고 이후 밤 12시에 잠들고 아침 7시에 일어나거나 때론 새벽 5시, 6시에 일어나는 일도 제법 했건만 문제는 '항상성'이다. 몸이 예전의 패턴을 기억해 자꾸만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때 한 어플의 마케팅 문구가 운명처럼 날 사로잡았다.


나를 움직이는 강력한 알람, 돈! 결심에 돈을 걸면, 무조건 하게 됩니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보증금 형식의 참가비를 지불하고 100% 인증에 성공하면 참가비를 다시 되돌려주는 것은 물론 상금까지 준다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습관 형성 챌린지!


그래. 바로 이거다.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나를 구원해 줄 어플이 드디어 나타났다. 홀린 듯 어플을 설치했고 참가비를 결제했다.


허나 이내 깨달았다. 돈으로도 가능한 건 인간계에서만 통용된다는 것을... 이전의 아린 경험을 통해 스스로가 돼야지임을 인정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는 위기에 강한 사람이다. 이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묘수가 필요한 시점.


5분마다 울리는 핸드폰 알람에도, 의지로도, 돈으로도 안 되면...



그래 효. 효를 이용하자. 한국인은 뭐니 뭐니 해도 효지. 아침마다 깨워주는 엄마를 생각하면 스스로를 통제하고 미라클 모닝에 성공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매일 아침 7시마다 엄마의 모닝콜이 시작됐다.




첫날은 성공적이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가 아침 7시마다 전화를 건다는 사실을 그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적당한 긴장감과 30대에도 엄마의 모닝콜을 받아야만 일어나는 나의 철딱서니 없는 게으름에 대한 죄의식을 적절하게 부여해 주었고 제법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마감이 닥쳐오면서 날을 꼴딱 세고 새벽 5시, 6시까지 날을 까지 글을 쓰는 일들이 잦아졌고 도무지 7시에 일어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나는 점점 엄마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깬 척 목을 가다듬고 쾌청하게 전화를 받은 다음 다시 잠에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3주 차에 접어들자 정확히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울리는 전화기가 공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한창 잠들었던 상태에서 잠을 깨니 하루종일 개운칠 않고 밤새 흠씬 두들겨 맞은 듯한 기분까지 느낄 정도로 피로가 쌓여 갔다.


고민 끝에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엄마는 끝내 답장을 하지 않았고 다음날 오전 7시가 되자 어김없이 엄마의 모닝콜이 울렸다.


.

.

.


앞서 언급했듯 난 위기에 강한 사람이다.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위기의 타계로 한 가지 묘수를 냈다. 엄마가 전화를 걸기 전에 잠깐 일어나서 차라리 먼저 카톡을 보내자. 그러면 전화를 받는 것보단 덜 피곤할 거야.


그렇게 오전 7시의 선제공격이 시작됐다.



나의 선톡에 엄마는 전화 대신 카톡으로 모닝콜을 대신했고 어떤 날은 엄마가 먼저 선톡을 하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채 일어나지 못해 뒤늦게 답장을 하기도 했다. (이날은 간담이 서늘했다)



엄마의 모닝콜이 시작된 지 근 한 달이 지난 지금. 엄마의 감시(?)는 한결 잦아들었다.


다행히 오전 7시에 카톡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압박이 됐는지 정확히 그 시간만 되면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눈을 번쩍 뜨이는 것을 보며 인체의 신비를 절감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효'가 나를 다시 얼리버드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을!


오늘만 해도 오전 7시에 눈을 떴으니 이만하면 성공적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까똑!"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카톡 알림이 울린다.

설마...?

핸드폰을 열어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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