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겨울의 끝, 봄의 문턱에서
2월의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습니다.
하얀 숨이 입김처럼 피어오르고,
운동장 위 얼음은 햇살에 반짝였습니다.
학교 담벼락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아이들은 들뜬 얼굴로 사진을 찍고, 서로에게 꽃을 건네며 웃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손을 모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오늘만큼은 울지 말자.”
스스로 다짐했지만, 목 한구석이 뜨겁게 뭉쳤습니다.
교실 안은 난로 덕분에 따뜻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 같았습니다.
선생님이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졸업장을 건네실 때,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조심스레 앞으로 걸었습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얇은 종이의 감촉이 낯설었지만, 묘하게 든든했습니다.
강당 밖에는 가족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내 손을 잡고 따뜻하게 축하해 주셨습니다.
그 손길에 조금 울컥했지만, 이번엔 참을 수 있었습니다.
졸업장은 끝을 의미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습니다.
멀리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친구 졸업식 때문에 온
친구 집에서 늘 보던 그 어른이었습니다.
나는 순간 살짝 긴장되고, 약간 무섭게 느껴졌지만,
눈길은 잠시 스쳤을 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 느낌이 마음속에 스쳤지만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식이 끝나고 친구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웃고 울었습니다.
누군가는 “우리 꼭 중학교에서도 보자”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고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과 긴장이 남았지만,
무엇보다 내 안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강당을 나서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었지만
그 아래서 나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봄이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