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는 사람 가탁이 Jun 05. 2023

피로야 가라!

# 11 올레길 17~16코스 230604 제주기온 26도

캠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마지막코스를 미리 걸어두기로 했다. 마지막 올레를 걷고 나면 몸과 마음이 바쁠 것 같아 좀 느슨하게 하고 싶었고 날씨도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보통 제주의 장마는 6월 20일경부터 시작해서 약 한 달간 지속된다고 한다)


일요일 프리미엄캠프등에 참여하지 않은 몇 사람이 마음을 모았다. 또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었다.


이곳에서는 정올레길이 아닌 역올레길로 걸었다.

때론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 놀라움과 기쁨을 주기도 할 테니.


다행히 17코스와 16코스 중반까지는 거의 평탄한 바닷길을 걷는 곳이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걷기에도 충분했다.

사진 찍느라 가방에 걸쳐둔 겉옷이 흘러내린 것도 모른 채 한참을 걸어가,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와야 했지만... 

그 와중에 과연 내가 옷을 버린 것인가, 옷이 나를 버린 것인가 잠시 멍하니 서있기도 했다. 

16코스로 가면서 잘 지어진 전원주택지를 지날 때는 주변이 온통 산소를 뿜어대는 꽃과 나무이고, 멀리 애월바다가 있는 이곳 사람들의 마음은 참 따뜻하고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부럽기도 했다.


걸으면서 조금 의아했던 건, 버스정류장쯤에서 발견한 옷이 배낭을 짊어진 여성여행객의 가방끈에 걸려 있었다는 것, 옷을 알아보고 물어봤더니 통화 중이던 그녀가 걸어가다가 찾는 이가 있으면 돌려주려 했다는 것이다. 어? 나는 반대쪽에서 걸어왔는데, 되돌아온 옷이 반갑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 습득한 그곳에 걸어두거나 놔둔다면 잃어버린 누군가가 찾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제주올레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았다. 목적지까지 가는데만,

버스 환승 3번에 택시 이용 1번 숙소에서 코스 출발지점까지 두 시간은 족히 걸렸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버스 배차시간이 40분 이상이라 한 번 놓치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택시도 도심지역이 아니면 잘 다니지도 않아서 ○○오 택시를 이용해서 겨우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환승버스나 급행, 또는 리무진을 다시 타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한다 해도 출발지와 도착지가 달라서 차를 어디에 두고 가야 할지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그리고 행복한 걷기를 끝냈다 해도 피곤해진 몸으로 운전을 한다는 건...

-올레길을 오롯이 걸어볼 생각이 있다면, 올레캠프를 추천한다.
버스로 출발, 도착은 물론 숙소와 간단한 호텔식의 조, 석식이 제공되고 점심으로는 행동식( 과일, 주스, 구운 계란, 빵이나 떡등)이 제공된다(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아 조금 질릴 수도 있겠다) 가이드도 동반하고 각 코스마다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거리등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 세탁도 해준다(빨래만, 건조는 숙소 내 건조대나 기계건조 이용)
비용이 좀 있고 숙소 컨디션이 안내자료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 실망했지만 오롯이 걷는 데 집중하기에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낮에 동네 맛집으로 보이는 작은 식당에서 몸국을 먹으며 피로가 도망가길 기대했으나, 하루종일 기다리고 타고 걷고를 반복하다 보니 숙소에 도착하기 무섭게 '피로'에게 사로잡혀 버렸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을 청하며 소리쳤다.

피로야 가라!
17코스 중간즈음
멀리 보이는 애월바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높은 외성
어느새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코스모스 정자 주변
중간스탬프를 찍는 내 뒤에 있던 하늘
몸(톳과 비슷한 해산물)국 먹고 건강해지기!

#올레캠프 #몸국 #피로 #제주올레

이전 10화 그녀를 만나는 곳, 2코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