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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사람 가탁이 Jun 06. 2023

결국, 걸어서 이르는 길

# 12 올레길 3코스 230605 조금 낮아진 하늘

전날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새벽이 왔다. 날씨도 몸상태도  쾌청하지 않다. 그래도 또 일어서야지, 걸어봐야지


3코스는 출발에서 A, B로 나눠지는데 거리차이가 5km 정도라고 했다. 가이드에게 어느 쪽이 눈이 행복하냐 물었더니, 다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B코스가 눈과 다리가 행복할 거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온평포구에서 출발해서 표선 해수욕장까지 걷는 길은, 전형적인 바당길로 바다를 제대로 끼고 걸어야 했지만 비 오는 날은 돌이 미끄러울 것을 염려해서인지 흙길을 걷게 했다. 좌바다 우목장에 앞도 초록이요 뒤도 초록이다. 풀잎이 무성한 길을 걷자니 폭신한 느낌에 끝없이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스치듯 지나는 마을 정자에서 주황색점퍼를 입은 지역 어르신 몇 분이 손짓을 하셨다.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땅, '능개'를 보고 가라고. 썰물이 되고 남은 자리에 염분이 걸러진 능개물은 식수로 사용을 했다 한다. 빨래와 목욕을 했음은 물론이다.


표선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앞에서 또 신발을 벗고 말았다.


유난히 뽀얀(산호조각이 많아서) 모래와 얕고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길맨발로 걸어보지 않고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고민하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맨발로 모래사장 위를 걸어가 보실 분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앞 다투어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모래 위에 내려섰을 때의 느낌은 세상을 얻은 듯했다. 조금씩 비가 내린(일행의 표현으로는 미스트-화장품을 안개처럼 분사하는-를 뿌리는듯한) 뒤여서 바닷물이 따뜻하진 않았지만 부드럽고 말랑한 모래의 촉감과 발의 피로를 씻어가는 바닷물의 간질거림 만으로 충분히 기쁘고 행복했다. 물결 모양이 새겨진 모래 위를 걸을 때는 마치 스펀지를 밟는듯했다. 다들 폴짝거리며 사진을 찍거나 걷어올려진 바지가 닿기 전까지 바다로 바다로 걸어 들어가 보며 끊임없이 즐거워했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얻은듯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니던가!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난(오후 3시) 표선 해수욕장의 얕은 모래사장을 꼭, 맨발로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놀라움에 저절로 행복한 미소와 감탄이 쏟아질 테니!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능개
신풍신천 바다목장의 소들이 멀리 보여 아쉬웠다
바닷가에 서 계신 부처님은 어디를 보시는지
삼색의 등대가 나란히?

#제주올레 #3코스 #표선해수욕장 #맨발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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