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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사람 가탁이 Jun 16. 2023

내게 너무 예쁜 그녀

#19 올레길 8코스 230612 물안개 맞은 날

내게 너무 예쁘게 다가온 그녀,

첫날부터 말끝마다 "선생니임~"을 외치며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몸을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사진도 멋지게 찍어주던 A가이드, 그녀가 왔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가이드를 그만두고 오늘은 함께 걷는 사람으로 돌아온 것이다.


끝에서 슬슬 걷기만 하겠다더니 출발지인 월평아왜낭목쉼터부터 연신 사진을 찍어주었다. 앞모습 뒷모습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걷는 모습, 특별히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알아서 찍었다. 그러지 말라고, 오늘은 의무사항이 아니니까 즐기라고 했더니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놔두란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었다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는 귀여움을 몸 전체에 가득 두른 채, 얘기하고 얘기를 듣고, 또 얘기했다.

주상절리는 중문으로 여행을 올 때마다 관광을 했던 곳이라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그녀 역시 무료로 볼 수 있는

소주상절리를 추천했다. 중문색달해수욕장의 서핑 청춘을 넋 놓고 보고 있자니 언덕을 조금 올라 있는 예쁜 카페를 추천했고 고마운 마음에 아. 아 한잔을 대접해 주었다. 아! 중문관광단지를 지나며 우리를 유혹하는 한라봉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했다. 맛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빛 고운 똬리를 틀어 올린 자태는 괜찮았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한 곳이 있으니 그곳은 예례생태공원이었다. 한참 동안을 눈도 공기도 바람도 심지어 흐르는 물조차도 푸르른 공원을 걸으며 지나간 이야기와 다가올 이야기를 했다. 나누는 이야기조차 푸른 물이 들만큼 생태공원의 푸르름은 한동안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공원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에 논짓물이라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발을 담그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가끔 마음이 시큰거리는 이야기도.


그녀의 고향은 영월이라고 했고 제주도에 있은지는 약 1년 정도, 다른 일을 하다가 걷는 게 좋아 시작한 가이드는 2개월을 했다고 했다. 그전에는 주로 제빵업에 종사했고 개인 가게를 오픈하고 싶다고 했다.

맹목적인 박수와 신뢰를 보내주었다. 잘할 수 있고, 잘 될 거라고도 해주었다. 

일주일정도 지켜보았지만 일주일이면 충분할 정도로 그녀에게 신뢰가 생긴 건

짧지 않았던 직장생활을 하며 알게 된, 사람이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마음, 태도, 행동 등을 조금은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뢰와 격려를 배신이 아닌 발판으로 삼아 성장할 수 사람이 누구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리라...

또, 결국은 사람이다.




병을 씻는 솔처럼 생긴 병솔나무
규모는 작지만 무료로 구경하는 소주상절리
서핑천국 중문색달 해수욕장
요녀석 도망가지도 않고 포즈를 잡아주네
바다로 길게 뻗은 예래생태공원
아이는 바닷물에


논짓물에 발 담그다
중문을 등뒤에 두고
맑은 날 장관이라는 박수기정
숙소로 오는 길 너무 예쁜 하늘

#제주올레 #그녀 #예쁜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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